태양계를 벗어나 먼 우주를 비행하는 보이저 1호의 전력 부족으로 인해 관측 장비가 순차적으로 꺼지고 있으며, 수명이 2030년까지로 예상됩니다. NASA는 보이저 1호의 의미를 고려하여 수명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측장비 또 하나 꺼진 보이저 1호 , 전력 바닥 ‘코앞’ 태양계를 벗어나 먼 우주를 비행하는 보이저 1호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은 보이저 1호 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관측장비를 순차적으로 끄고 있다.
NASA 제공 지구와 253억㎞ 떨어져 임무 수행 NASA, 절전 통해 수명 연장 추진 플라스마·자기장 탐지기만 남아 남은 수명 길어봐야 2030년까지 전력 짜내는 빅뱅 프로젝트 계획도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 작은 점. 언뜻 보면 사진에 붙은 티끌 같다. 그런데 사실 점의 정체는 놀랍게도 지구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발사한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14일 지구에서 60억㎞ 떨어진 태양계 끝자락에서 찍었다.
이 사진의 제목은 ‘창백한 푸른 점’이다.
‘창백한 푸른 점’ 속에서 지구는 존재를 쉽사리 알아채기도 힘든 작은 천체다. 이런 지구에서 만물의 지배자임을 자처하는 인간 또한 실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이 사진은 보여준다. 저명한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 운동가였던 칼 세이건 박사의 제안으로 촬영된 ‘창백한 푸른 점’은 과학 기기로 뽑아낸 최고의 철학적 메시지로 꼽힌다. 흥미로운 점은 ‘창백한 푸른 점’을 촬영하고 34분 뒤, NASA가 보이저 1호의 카메라 전원을 영원히 끊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더 좋은 작품을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조치가 내려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장비로 인한 전력 소모량을 최대한 줄여 보이저 1호의 전체 수명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이런 식의 고육책에 가까운 절전 방법이 곧 한계에 부닥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지천명’을 앞둔 노장 탐사선 보이저 1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발전기 약해져…남은 관측장비 ‘2개’ 최근 미국 과학계에 따르면 NASA는 지난 17일 보이저 1호에 실린 ‘저에너지 전기 입자 탐지기’ 작동을 완전히 정지했다. 전원을 끈 것이다. LECP는 보이저 1호 주변 우주 공간의 이온, 전자, 방사선 강도 등을 측정하는 장비다. NASA는 1977년 발사 때 총 10기였던 보이저 1호 내 관측장비 가운데 최근까지 7기의 전원을 내렸다.
이번에 LECP까지 끄면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기기는 딱 2개, 플라스마 관측기와 자기장 탐지기만 남게 됐다. 왜 NASA는 보이저 1호의 관측장비를 자꾸 끌까. 지금까지 전원이 내려간 관측장비 대부분은 고장 나서가 아니라 계획에 따라, 일부러 전원 공급을 끊은 것이다. 전원 공급을 중단한 것은 점차 약해지는 보이저 1호의 발전 능력 때문이었다.
보이저 1호에는 플루토늄에서 나오는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가 실려 있다. NASA에 따르면 RTG 전력 생산 능력은 매년 약 4W 내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NASA는 보이저 1호 발사 뒤 관측장비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껐다. 탐사선의 기술적인 노후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우주 기관에서는 예정된 임무가 끝나면 특정 천체에 돌진시키는 방식으로 탐사선 기체를 파괴해 ‘장례식’을 치르는 일이 흔하다.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14일 촬영한 지구의 모습이 빨간색 원 내부에 아주 작은 점으로 확인된다. 이 미미한 흔적은 지금까지도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불리고 있다. NASA 제공 올해 7월부터 ‘전력 짜내기’ 총력 그런데도 NASA가 유독 보이저 1호만큼은 수명을 어떻게든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이저 1호의 의미 때문이다.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253억㎞ 떨어져 있다. 태양과 지구 거리의 무려 170배다. 지구를 떠난 어떤 인공 물체도 보이저 1호보다 멀리 있지 않다.
보이저 1호는 지금 이 순간도 미지의 우주에 인류의 첫 번째 흔적을 남기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말은 태양계 밖 먼 우주에서 수집되는 물리적 특성을 인류가 개발한 탐사선 가운데 보이저 1호가 가장 먼저 수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보이저 1호가 전력 부족 때문에 ‘블랙아웃’에 빠져 모든 기능을 잃고 고철이 된다면 인류나 과학계에는 큰 손실이다. NASA는 공식 자료에서 “보이저 1호 내 관측장비를 끄는 일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조치가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은 관측장비가 2개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원을 내려 보이저 1호 수명을 억지로 연장할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보이저 1호는 길게 잡아도 2030년이면 수명을 다할 것으로 우주과학계와 NASA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NASA는 보이저 1호 수명을 더 늘리기 위한 별도 계획을 최근 가동했다.
이름은 ‘빅뱅 프로젝트’다. 핵심은 보이저 1호 내 모든 장비의 작동 방식을 개선해 전력을 최대한 쥐어짜는 것이다. 전기차 주행 거리를 늘리려고 에어컨을 끄는 식의 대책이다. NASA는 빅뱅 프로젝트에서 고안된 아이디어를 보이저 1호와 쌍둥이 기체인 보이저 2호를 대상으로 실험해볼 예정이다.
성과가 좋다면 보이저 1호에는 올해 7월 같은 조치가 내려진다. NASA는 “여유 전력을 찾으면 LECP를 재가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뱅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보이저 1호의 전체 수명도 2030년대 초중반까지 연장될 것으로 NASA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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