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 규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미국 빅테크 기업에 시장 개방을 요구. AI 인프라 조달, 클라우드 보안 인증, 플랫폼 규제 등 다양한 분야를 지적하며, 특히 한국의 강제노동 관련 생산품 규제 부재도 언급.
'무역 301조' 조사 영향 촉각 미국무역대표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는 한국의 정보기술 산업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보고서는 국내 IT 산업 의 규제 환경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같은 최첨단 산업에서 한국 정부 정책이 '기술 보호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빅테크 들에 '길을 열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모양새다.
사실과 다른 측면도 발견되지만 미국의 무차별적 압박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올해 처음으로 포함된 'AI 인프라스트럭처 조달' 항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와 클라우드 자원 조달의 입찰 과정을 정면으로 지적했다.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사실과는 다른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집행한 AI 인프라 조달 사업은 국가 안보 관점 등 특수성을 감안해 공모 단계에서 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이후 실시한 AI 연구용 컴퓨팅 자원 프로젝트는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아보고서는 또 공공조달 분야에서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 체계와 물리적 망 분리 규제가 여전히 미국 기업의 한국 공공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0년 이후 미국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개인정보를 담지 않고 개방형 데이터만 다루는 '하' 등급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 진입이 이미 허용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공공시장 핵심이자 보안 민감도가 높은 '중' 등급 이상도 빗장을 열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국내 업체들은 국가 보안을 위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한 입법 동향을 짚으며 관여를 구체화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올해 보고서에서는 '반경쟁적 관행'이라는 독립 세션이 신설돼 국내 플랫폼 규제 움직임을 정조준했다.망 사용료 논의에 대해서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국내 통신사들이 콘텐츠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외산 콘텐츠 제공업체에만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한국 경쟁사에 유리한 '반경쟁적 입법'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 미국은 한국이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을 제한하는 유일한 시장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최근 구글이 요구해온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굉장히 중요시하는 이슈도 있지만 일부 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기업 활동을 하며 애로사항이 있을 때마다 제기하면 일단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며"양국 간 협의 과정에서 선별해 협의하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는 IT 분야 외에도 그동안 미국 산업계에서 지적해온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총망라됐다. 특히 '염전 노예' 사태를 언급하며 한국이 강제노동과 관련한 생산품 규제가 없다고 새롭게 지목했다. 보고서에는 미 세관당국이 지난해 한국 태평염전의 천일염 제품에 대해 강제노동 문제를 들어 '인도보류명령'을 내린 점을 담았다.한미 양국 간에 관세 회피 방지를 위한 협력 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새롭게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합법적인 무역이 저해되고 한국을 통한 제3국의 고위험 선적물도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국 수출업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매년 보고서에 포함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도 다시 거론됐다. 앞서 한미 양국은 쌀과 소고기 수입에 대한 한국 내 우려를 감안해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재차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되면서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배출 관련 구성요소 규제의 불명확성과 규제 적용 형평성 문제가 재차 언급됐고, 의약품 분야에서도 약값 결정과 보상체계 불투명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방 분야에서는 절충교역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포함됐다. 한국이 방산 조달 과정에서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구조가 시장 접근을 제한한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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