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이 아닌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공세가 삼성 실적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에서 중국 메모리업체 점유율이 올 3분기 6%에서 내년 3분기엔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8월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65.1%, 한국은 21.1%다. - 이상렬의 시시각각,삼성,메모리업체 점유율,범용 반도체,삼성 위기론,중국,기술 경쟁력,주 52시간제,인재,제조업
요즘 재계의 화두는 ‘ 삼성 위기론 ’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9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적잖은 규모다. 그런데 시장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급기야 반도체 부문 수장이 “송구하다”며 사과문까지 냈다. 이 자체가 삼성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그런데 더 짚어볼 것이 있다.
과연 삼성만 위기인가. 삼성이 인공지능 시대 도래의 흐름을 못 읽고 AI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서 실기한 것은 웬만큼 알려져 있다. 오히려 나는 중국의 추격에 주목한다. 삼성은 설명 자료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이란 내용을 짤막하게 붙였다. 첨단이 아닌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공세가 삼성 실적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HBM도 문제지만 중국의 추격이 더 문제”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에서 중국 메모리업체 점유율이 올 3분기 6%에서 내년 3분기엔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서운 속도다. 이렇게 되면 10여 년간 지속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과점 구도가 사실상 깨지게 된다. 국내 반도체엔 악몽이 될 수 있다. 중국 D램의 대표주자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는 신생 업체다. CXMT가 D램 판매를 선언한 게 2020년. 4년여 만에 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인재 확보 양상도 과거 같지 않다. 대학의 반도체학과는 의대 다음의 선택지가 됐다. 유명 대학 반도체학과는 의대 동시 합격생의 이탈로 번번이 추가합격자로 정원을 채우고 있다. 의대가 최상위권 학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비정상은 의대 증원 확대로 더 심해질 것이다.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기술 인재의 부족과 이에 따른 기술경쟁력 약화”라고 강조했다. 이 또한 삼성만의 문제일 리 없다. 삼성의 위기 요소들은 한국 제조업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의 추격, 주 52시간제, 의대 광풍은 다 알려진 것들이다. 그러나 말은 무성한데 개혁은 실행되지 않는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한 컨설팅 업체는 한국 상황을 ‘NATO’라고 꼬집었다. 지금이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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