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임·IT업계 등에서 포괄임금제가 만연한 가운데, 청년유니온이 펴낸 실용적 노동서가 청년 노동자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입사부터 퇴사까지 법을 알지 못해 당할 수 있는 부당한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 방법을 제안하며, 노동 약자들이 사업주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돕는다. 한국의 노동 관계 법령이 잘 짜여 있지만, 힘과 정보의 격차로 인해 피해를 보는 노동 약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 언론사에 입사했던 10여 년 전, 편집국에 늘 장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주말이나 새벽 당직을 설 때 근무자 정보를 수기로 적는 장부였다. 장부에 이름을 적어두면 평일 주간 당직 때보다 1.5배의 시급으로 계산돼 통장에 입금됐다.
한두 명이 편집국을 지키는 시간대엔 여기저기서 전화가 들어오곤 했다. 200명이 넘는 편집국 기자들 중 여럿이 각 부서 사정에 따라 휴일, 또 새벽 근무를 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친구 녀석이 매일 밤늦게 일하면서도 야근 수당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야근이 많은 직종에서 컴퓨터를 자동으로 잠그는 소위 'PC오프제'가 이뤄질 즈음이었다. 그는 광고 업계는 일을 주는 쪽이 '갑'이고, 일을 따서 맡는 쪽은 완전히 '을'이라며, 고치란 만큼 고쳐줘야만 하는 일이 수시로 닥쳐 52시간 근무가 도저히 이뤄질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광고업계에선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고 쪽잠을 자며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취재를 진행해보니 과연 그의 말이 맞았다. 광고 업계 뿐 아니라, 게임과 IT업계 등에선 유달리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았고, 수당 없이 근무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 또한 많았다. 노동절에 읽어볼 만한 책 AD 종사하는 업계마다 어느 곳은 각종 수당이 칼같이 지급되는 반면, 다른 분야에선 수당을 지급 받지 못하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인정돼 온 '포괄임금제' 관행이 어느 곳엔 만연하고 다른 곳엔 그렇지 않은 때문이다. 좁은 직역에 갇혀 일하며 자신이 받아온 처우를 기본으로 여기는 평범한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구분하지 못한다. 포괄임금제는 '일하기 전, 법에 정해진 주 40시간을 초과해 더 일할 것을 예측해 임금을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특성상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0시간씩 연장 근로를 하는 것으로 예측해 임금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실제 근로 시간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지 않고, 미리 정해진 임금을 지급합니다. 본래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비 업무와 같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나 외근이 많은 영업직 근로자들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허용된 임금 지불 방식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취지와 다르게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도 임금계산의 편의를 위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 66p 노동절을 앞두고 유익한 노동서 한 권을 소개한다.
청년유니온이 펴낸 실용적 노동서 이다. 15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한국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노동 약자가 되기 쉬운 청년 노동자를 겨냥해 저술한 실전 가이드북이다. 책은 입사부터 퇴사까지, 법을 알지 못해 당할 수 있는 여러 부당한 상황을 상정하고 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노동 또한 다른 많은 분야가 그러하듯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한국의 노동 관계 법령이 상당히 잘 짜여 있음에도 힘과 정보의 격차 탓으로 사업주로부터 피해를 보는 노동 약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듯하다.
한국의 모든 노동은 법에 따라 규율 된다. 노동자가 회사와 맺는 근로 계약, 회사 내규라 불리는 취업 규칙, 노동조합의 단체 협약, 국가의 노동 관계 법령까지가 서로 다른 네 개 범주로 개별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정하고 있다. 여기엔 다시 두 가지 원칙이 작용한다. 하나는 '상위규범 우선적용의 원칙'이다.
가장 낮은 단계의 근로계약이 국가 법령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정해도 그는 작동하지 않는다. 상위 규범인 국가 법령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리한 조건 우선의 법칙'도 있다. 회사 내규가 월급을 300만 원으로 정하고 있어도 개별 근로 계약을 그 이상으로 맺었다면 유리한 쪽으로 적용한다는 법칙이다. 두 원칙이 이처럼 때때로 충돌할 수도 있겠으나 법원은 구체적 사례를 살펴가며 노동 영역에서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취준'부터 퇴사까지, 나를 지키는 지식들 책은 한국 노동자가 갖는 법적 지위를 설명하고 권리와 의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분쟁과 대응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앞서 적은 것처럼 포괄임금제, 또 노동을 규율하는 법적 장치의 작동 원리 등을 소개해 읽는 이가 법 체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노동자 권익 침해 행위가 이 책이 대항하고자 하는 바다. 제목이 '나를 지키는 노동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노동 상황은 몹시 좋지 않다. 임금 체불액은 매년 증가세가 분명한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조 원 규모를 넘어섰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피해 노동자만 26만 명이 넘고, 이중 60% 이상이 30인 미만 소규모 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건설과 제조 부문 하청 노동자가 다수를 이뤄, 지방의 청년 남성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문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법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 받지 못한다 했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많은 피해자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걸 보아온 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의 마음이 훤히 그려지는 듯하다. 책 가운데 임금체불 등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 주의해야 할 요소가 무언지 세세하게 적어둔 것이 그 영향일 테다. 특히 진정 뒤 합의를 보고 진정을 취하하는 사례는 나조차도 꽤 목격한 것이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까닭이 납득 된다.
진정을 진행하며 근로감독관이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임금체불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합의를 하더라도 체불임금이 실제로 입금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진정취하서를 작성하면 안 됩니다. 임금체불 진정사건은 진정인이 취하를 하면 사건이 종결돼 같은 사건으로 재진정을 넣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52p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는 이유 여러 노동관계 법령에서 실제 청년 노동자들이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문제를 추려 이론과 사례를 적절히 섞어가며 알기 쉽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실전적이고 유익한 책이다. 다양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딱딱한 법령을 쉽게 풀어낸 대목은 특별히 칭찬할 만하다.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가 취업부터 산재, 괴롭힘, 퇴사 등 폭넓은 탓에 개별 독자마다 관심을 갖는 부문이 지극히 일부에 불과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마땅히 알아두어야 할 상식에 가깝단 점을 명심해 마땅하다.
책 가운데 수시로 지적되듯, 법이 있어도 활용할 줄 모르면 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법규 한 줄 한 줄은 누군가의 희생과 투쟁 위에 쓰인 것이다. 우리가 5월 1일을 국가 공휴일로 기리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퇴직금은 상시근로자 1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서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1년 이상 일했다면 받을 수 있습니다.
정규직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파견직, 계약직 모두 꼭 챙겨야 합니다. 사회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거나 근로계약서가 없어도, 입사할 때 퇴직금이 없다는 것에 동의를 했어도 퇴직금은 무조건 받을 수 있습니다. -134, 135p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서평가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포괄임금제 청년유니온 노동서 노동 약자 노동 관계 법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