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제 하늘에 맡긴다”···의료공백 한 달, 분노가 절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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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씨(69)의 가족은 세 명이 중증 질환을 앓고 있다. 첫째 아들(40)은 간경화 말기이고 막내 여동생(56)은 췌장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 자신도 동맥경화증...

이성원씨의 가족은 세 명이 중증 질환을 앓고 있다. 첫째 아들은 간경화 말기이고 막내 여동생은 췌장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 자신도 동맥경화증 환자다. 이씨 가족은 의사의 존재가 절실한 만큼 의료 공백 사태를 겪으며 느끼는 절망감도 깊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투병 중인 아들이 갑작스럽게 간 수치가 높아져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의료진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들이 2년 동안 입에도 안 대던 술을 먹어요. 앞날이 막막한데…. 살아서 뭐 하냐는 거예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 집단사직 등으로 병원을 비운 지 꼬박 한 달이 흘렀다. 병원과 의사가 ‘하나 뿐인 동아줄’이나 마찬가지인 중증환자들은 응급입원·수술이 기약 없이 밀리면서 분노와 불안을 넘어 절망과 체념까지 느낀다고 했다. 의사 집단을 향했던 원망도 의료계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정부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18일 경향신문이 만난 환자·보호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작 환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이제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등 갑갑함을 토로했다. 이씨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 의례적으로나마 언론에서 환자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면서 “이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너무 겁이 난다. 종교가 없는데 하나님께라도 빌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기도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른 환자들과 함께 전공의들 집마다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준비 없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도 대안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고 말했다.전립선암 3기 진단을 받고 지난달 28일 수술날짜를 받았지만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최모씨도 정부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다. 최씨는 “2000명이라는 숫자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의사들이 원하는 게 뭔지 대화를 해야 사태가 해결될 것 아닌가”라며 “암 환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인질극을 벌이는 건 의사나 정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모씨는 망막아세포종에 걸려 항암 치료를 받는 20개월 아이를 둔 엄마다. 김씨는 “ 약물을 사용하는 검사도 제때 못해 아이 상황을 점검하기도 어렵고 많이 불안하다”며 “교수마저 그만둔다고 하면 여기서 치료받는 아이들은 생사가 달렸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상경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돌보고 있는 노인 B씨는 “한달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전공의가 없으니 수시로 회진도 오지 않고, 새로 왔다는 의사는 간단한 처치도 서툴러 보였다”며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낼 수 있다고 하니, 일반 종합 병원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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