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에어컨은 그림의 떡'…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의 여름나기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전국적으로 연일 폭염이 이어진 12일 인천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낮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 마을의 거리는 열기로 가득했고 골목은 한산했다.2평 남짓한 쪽방에서 만난 김모씨는 걸레로 바닥을 훔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김씨는"집에 5분만 있어도 한증막에 온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힌다"며"내부 온도가 워낙 높아 에어컨을 틀어도 안 시원하고 요금이 비싸서 아예 안 튼다"고 한탄했다.쪽방촌 101세대 대부분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부분도 요즘 같은 폭염에 쪽방촌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환기를 시키기 위해 대문을 열어놓은 또 다른 집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더위에 지쳐 힘들어하던 김철자 할머니는"에어컨이 누수로 일주일째 고장 났는데 아직 못 고쳐서 선풍기에 의지하는 게 전부"라며"바깥에는 더위에 쓰러질까 봐 아예 엄두도 안 낸다"고 토로했다.

혼자 지내는 90대 시어머니가 걱정돼 쪽방촌을 찾은 60대 며느리는"어머니가 폭염에 혹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돼 일주일에 1번씩 와서 자고 간다"며"40년 동안 쪽방촌에 살다 작년에 이사했는데 변한 게 없어 노인들이 지내기에는 환경이 너무 안 좋다"고 호소했다.현재 인천시가 폭염으로 관리하는 쪽방촌 주민과 여인숙 인원은 동구 101세대, 중구 43세대, 계양구 68세대 등 총 212세대다.시는 후원단체인 쪽방 상담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안부 전화, 더위 물품 제공, 무더위 쉼터 등을 제공하고 있다.인천시 관계자는"담당 지자체 직원들이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기 위해 현장을 자주 나가고 있다"며"화재 위험에 대비해 전기 시설물도 같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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