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무의 호달달]살인마의 정체는 감독님…색감의 천재일까 변태일까

살인마의 정체는 감독님…색감의 천재일까 변태일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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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 딥 레드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출연 데이비드 헤밍스,...

다리오 아르젠토는 첫 영화 를 비롯해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장갑 낀 살인마를 직접 연기하면서 여성 희생자들을 유린해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위키피디아출연 데이비드 헤밍스, 다리아 니콜로디, 가브리엘 라비아, 마샤 메릴로그인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경향신문 콘텐츠입니다. 기사를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을 해주세요. 회원가입 로그인 상영시간 127분

스무살이 갓 넘은 시절 아르젠토의 영화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당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없던 시절이라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를 하나씩 모아 컴퓨터 화면으로 봤다. 조악한 화질과 엉성한 자막이었지만 영화의 마력적인 에너지는 젊은이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아르젠토 영화 중에선 발레 학교가 배경인 마녀 이야기 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르젠토의 진수, 그리고 지알로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로 를 첫손에 꼽는다. 카메라는 주인공인 영국인 재즈 피아니스트 마커스를 비춘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마커스는 길거리에서 친구 카를로를 만나 잠시 수다를 떤다. 우연히 호텔 창문을 올려다 본 마커스는 깜짝 놀란다. 영능력자 헬가가 검은 가죽 장갑을 낀 괴한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방으로 뛰어 올라간 마커스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이후 신문기자 지아나와 함께 사건의 비밀을 추적한다.

아르젠토의 지알로는 추리극의 형식을 빌려 트라우마를 탐구한다. 트라우마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살인마처럼 불현듯 찾아온다. 는 첫 영화 의 확장판으로 보인다. 살인의 목격자인 외국인 주인공, 진실을 암시하고 은유하는 사물들, 왜곡된 기억과 정신병 등의 소재까지 똑 닮았다. 통상 지알로는 스타일을 과시하느라 서사를 대충 뭉갠 작품이 많은데 아르젠토의 추리극 서사는 꽤 성의가 있다. 추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의 결말에 허를 찔려 즐거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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