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언어다. 작곡가는 자신의 상상력 속에 있는 이야기를 악보에 옮겨놓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그것을 이해해 자신의 이야기로 다시 표현한다. 음표는 물론 각종 악상기호로 구체...
관현악단 ‘화담앙상블’ 창단 공연관람 후 식당에서 이어진 ‘형언’음악은 언어다. 작곡가는 자신의 상상력 속에 있는 이야기를 악보에 옮겨놓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그것을 이해해 자신의 이야기로 다시 표현한다. 음표는 물론 각종 악상기호로 구체화된 이야기를 알아보고 악기로 표현해내니 그들 사이에서 음악은 언어다. 그러나 음악은 이들만의 특별한 방언일 뿐이다. 소리와 의미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진짜 언어만 아는 이들에게 음악, 특히 기악곡이 주류인 음악은 뜻을 알 수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 가사가 직접 다가오는 ‘대중음악’과 ‘클래식’이 바로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첫 연주곡은 베토벤의 WoO 8 ‘오케스트라를 위한 12개의 독일 춤곡’인데 낯설고 재미없다. ‘무언가’와 단어구성이 비슷한 ‘WoO’는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이다. 베토벤의 초기 작품으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인 데다 오케스트라 편성이 아닌 현악 네 명, 관악 다섯 명이 연주하니 더 낯설다. 이럴 때를 위해 연주자들은 ‘화담’을 준비해놓았다. 저마다의 손에 들려있는 ‘프로그램’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연주 노트’이다. 연주자의 멋진 사진이나 화려한 경력은 관객이 산 표의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일 뿐, 연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곡에 대한 설명과 그 곡에 대한 연주자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막귀’는 현실 언어 공간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세대에 따라 말이 다르고, 성별에 따라 말이 다르다. 계층에 따라 삶에서 외치는 소리가 다르고, 종교에 따라 기원하는 세계가 다르다. 이러한 소리가 구별되어 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귀의 문제가 아니라 귀를 통과해 들어간 소리를 받아들이는 머리와 마음의 문제이다. 안 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것이거나 자기가 듣고 싶은 소리로 왜곡해 듣는 것이다. 현실의 말은 음악의 언어처럼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런 사람들끼리는 앙상블도 기대할 수 없고, 이런 지휘자 밑에서는 미래의 희망을 그려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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