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부터 체코를 방문 중이다. 지난 7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이참에 '원전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체코가 우리 원전 기술력을 높이 산 것이지만 양국은 과거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고난을 겪은 '동병상련' 지기(知己)다. 우리와 체코 간 첫 만남도 둘 다 식민지였던 때였다.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에서 일본군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부터 체코를 방문 중이다. 지난 7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이참에 '원전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체코가 우리 원전 기술력을 높이 산 것이지만 양국은 과거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고난을 겪은 '동병상련' 지기다.
우리와 체코 간 첫 만남도 둘 다 식민지였던 때였다.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에서 일본군을 물리치는 데 체코인들이 무기를 제공해주면서였다. 일명 '체코군단'에 속한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제국군에 합류해 편제됐다. 하지만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세력이 독일과 조약을 맺고 전장에서 철수하자 체코군단은 난처해졌다. 볼셰비키는 독일·오스트리아와 화해한 마당에 체코군단 해체를 요구했고, 홀로 이들을 물리치고 유럽에 갈 수 없던 체코군단은 대장정을 결정했다. 시베리아철도를 타고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배편으로 유럽까지 가는, 거의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이었다.
볼셰비키 적군의 견제 속에 1918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체코군단은 넉 달 뒤 제1차 세계대전 종전과 그에 따른 조국의 독립 소식을 들었다. 그들이 들고 간 무기는 쓸 데가 없어졌다. 마침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 일대 한국 무장세력은 소총과 기관총, 박격포, 탄약 등 체코군단의 무기를 사들였다. 체코군단은 자신들처럼 독립 투쟁 중인 한국인을 동정해 무기들을 값싸게 몰래 넘겼다. 체코군단 사령관이던 라돌라 가이다는 1920년 초 극동을 떠나면서"유럽에 가서 독립운동을 알리겠다. 다음에는 독립국민으로 만나자"고 했다. 체코군단을 창립한 토마시 마사리크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초대 대통령에 오른 뒤 1919년 미국을 방문해 이승만과도 만났다. 이들 간에는 자유민주주의, 반소·반공주의, 친미 외교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이승만과 마사리크'라는 책도 있다. 윤 대통령이 100여 년 전 우리와 체코 간 첫 인연만큼이나 좋은 성과를 얻어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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