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단순히 고대 신화가 현대 기술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 속 현대 과학과 공명하는 지점들을 살펴보고 자유의지, 노예제, 악의 기원, 인간의 한계 등 다양한 이슈들과 함께 근본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추한 영생을 강요받은 티토노스의 비극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지구 위를 걸은 최초의 ‘로봇’은 청동 거인 탈로스다. 탈로스는 크레타섬을 지키던 조각상으로, 오늘날의 ‘공학자’라고 할 만한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기적의 선물이었다. 이 거대한 로봇은 마녀 메데이아에 의해 쓰러졌다. 메데이아는 알고리즘의 맹점을 파고드는 ‘해커’처럼 탈로스를 혼란에 빠뜨린 뒤 발목의 신체적 약점을 공격했다. 생명액이 빠져나가자 숨을 쉬려 애쓰고 목을 움켜쥐며 절망하는 청동 거인. 수천년 전, 예지력 있는 사람들은 신화의 언어를 동원해 ‘SF 시리즈’를 제작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움직이는 금속 기계 탈로스는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로봇과 비슷하다. 탈로스는 이방인들을 찾아내고, 낯선 배가 다가오면 바위를 던져 침몰시키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다. ‘인간의 따스함을 전하는 몸짓’인 포옹으로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능력도 있었다. 희생자를 가슴에 끌어안고 청동 몸통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탈로스의 능력은 불사의 존재인 신들의 혈액 ‘이코르’가 흐르는 내부 장치에서 동력을 얻은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인간은 철학적 질문을 하게 된다. “탈로스는 영혼 없는 기계였을까? 금속으로 되어 있으니 전혀 인간이 아닌 존재인가? 어떤 작동 능력 또는 감정을 지녔을까?”
탈로스 이야기는 오토마타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까다로운 문제에도 시동을 걸었다. 자동으로 지시된 임무를 수행하는 보안 시스템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거나 동작을 중단시켜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멈출 수 없는 강력한 기계를 어떻게 통제하고 무력화할 것인가. “탈로스 신화는 인간이라는 것과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아주 오래된 질문을 구현한다.” 인간 수명을 넘어서려는 욕망의 위험성은 티토노스 이야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명의 여신 에오스는 티토노스라는 젊은 트로이 가수에게 홀딱 반해 애인으로 삼는다. 인간 애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던 에오스는 티토노스의 영생을 간청해 신들이 소원을 들어준다. 하지만 에오스는 영원한 젊음도 함께 간청하는 것을 잊었고, 티토노스는 현실의 속도로 늙어간다. 혐오스러운 노년이 티토노스를 덮치자 에오스는 늙은 애인을 방에 가둔다. 결국 아무 기억도 못하고 힘도 없어진 티토노스는 움츠러들어 매미가 되었고, 진부한 노래를 끝없이 부르며 죽음을 간청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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