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학의 용언을 하나 꼽자면 “있었다”겠다. 을지로엔 정부가 ‘백년가게’로 선정했던 을지오비베어가 있었다. 아현동에 포차들이, 옥바라지골목에 구본장여관이 있었다. 강남 타워팰리스 맞은편엔 구룡마을도 있었다. 도시엔, 더 많은 것들이 그리고 또 있었다.
도시의 허기 달래는 진한 몸부림 을지오비베어의 내부 풍경을 곰리 작가가 그렸다. 롤러코스터 제공 연대의 밥상 한없이 기꺼운 참견에 대하여 이종건 지음, 곰리 그림 l 롤러코스터 l 1만6000원 지난 4월21일 서울 을지로3가의 한 선술집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뤄진 시간은 새벽 3시20분이었다. 철거 용역 70여명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쳤다. 1980년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사용했을지도 모를 노포의 집기들은 물론 안을 지키던 가게 사장과 활동가 2명도 이날은 힘을 쓰지 못한 채 들춰졌다. 공포만큼이나 ‘허기’가 가득했을 시간. 노포는 더 일찍 철거될 뻔했다. 2020년 11월부터 다섯차례 강제집행이 시도됐지만 인근 상인과 활동가들, 그리고 단골손님들이 울력해 막았다. 그때마다 그들은 주전부리를, 밥을, 추억을 나눠 먹었다. 사장을 빼면 죄다 ‘외부세력’이다. “있었다.” 도시학의 용언을 하나 꼽자면 “있었다”겠다. 서울 을지로엔 정부가 ‘백년가게’로 선정했던 위 을지오비베어가 있었다.
” 2018~19년 강제집행의 폭력성을 규탄하던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편에서 했던 말이다. 쟁점을 물론 들춘다면 그는 “월세를 더 받기 위해 말짱히 장사하던 공간 철거하더니, 모두를 수용할 수도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건물을 지어놓고 꾸역꾸역 들어가란다”고 맞설 것이다. 때때로 도시재생, 재개발, 현대화는 시비는커녕 긴불긴도 가리기 어렵다. 1960년대 학술 용어로 도입된 취지처럼 서구에선 긍정적 맥락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는 경우가 더 잦다. 뉴요커 사회학자가 4년간 신발 8켤레를 닳아가며 답사하여 완성한 에서도 40년 뉴욕시의 주거·상업적 활기, 안전을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상당 찾는다. 이를 ‘철거 깡패’로만 내몬 장본이 한국의 건물주인 셈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한 골목과 동네, 나아가 도시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갔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흔적은 뭘 어떻게 해도 숫자로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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