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의 세벽세시 책읽기ㅣ농담
2023년 7월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사망했다. 나는 그가 커튼 친 방에서 사망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는 개인의 사생활이 다른 사람의 시선 아래 굴러다니는 것을 인간이 주체에서 객체로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사생활의 커튼을 함부로 열어젖히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사생활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까? 그것에 대해서도 이미 한마디 했다. “아, 그리운 수치여!” 그는 수줍음과 수치심이 인간에게서 멀리 떠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그때도 개인은 한 개인으로 머물 수 있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쿤데라의 작품은 ‘농담’이다. 농담은 루드비크라는 남자가 몇 년 만에 고향에 갔다가 옛 애인 루치에를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루드비크는 대학 때 사랑하게 된 여자 친구에게 농담 한마디 잘못했다가 당과 학교에서 쫓겨나 탄광 도시에서 일하게 된다. 공부, 당, 우정, 일, 사랑 모두 끝났다. 한마디로 의미 있는 인생행로 전체가 끝난 것이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딱 하나, 시간뿐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루치에다. 루치에가 그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가 눈에 띄게 느리게 움직여서였다. 그녀 또한 가진 것은 딱 하나 시간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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