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일본인 언어학자가 파헤친 K팝의 진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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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일본인 언어학자가 파헤친 K팝의 진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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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원론 말, 소리, 빛, 신체성이 어우러진 21세기형 종합예술 노마 히데키 지음 ㅣ 연립서가 ㅣ 3만3000원 전 지구적으로 케이(K)팝 전성시대다. 관련 담론과 책도 넘쳐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케이팝 작품 자체를 파고드는 것보다 주변 담론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전 지구적으로 케이팝 전성시대다. 관련 담론과 책도 넘쳐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케이팝 작품 자체를 파고드는 것보다 주변 담론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케이팝을 둘러싼 산업론, 마케팅론, 미디어론, 사회학 이론…. 의미 있는 것들이긴 하나, 변죽만 울리다 보면 중심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법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노마 히데키의 책 ‘K-POP 원론’은 특별하고 귀하다.

단순하고 직접적인 제목부터 남다르다. ‘원론’의 사전적 정의는 근본이 되는 이론, 또는 그런 이론을 기술한 책을 말한다. 이 책은 주변 담론이 아니라 케이팝 작품 그 원류를 들여다본다. 케이팝을 “좁은 극장을 부수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없애며 24시간 지구상을 극장화하고 때로는 손바닥 안 조그마한 디바이스까지 극장으로 만”든 ‘21세기의 지구형 공유 오페라’에 빗대며 ‘케이아트’로까지 확장한다.케이팝 책을 일본의 언어학자가 썼다는 점도 특이하다. 한데 이력을 보면 수긍이 간다. 1953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노마는 스무살이 돼서야 어머니가 한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쿄교육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한국어 독학을 시작하더니 서른살에 도쿄외국어대학 조선어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한국어와 언어학에 천착해왔다. 학창 시절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던 그는 2013년 무렵부터 케이팝, 특히 뮤직비디오에 감탄하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는 케이팝을 어떻게 들여다봤을까? 먼저 ‘세계는 왜 케이팝에 열광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존재양식과 표현양식의 측면에서 분석했다. 존재양식으로 보면, 케이팝은 단순히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다. 케이팝의 진수는 뮤직비디오에 있다. 이는 “언어인 랭귀지, 다양한 소리의 형태인 오디오, 시각적인 빛의 형태인 비주얼이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변용하면서 인터넷상을 순식간에 고속으로 날아다니는 동태”인 ‘랩넷’ 시대의 예술이다. 과거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던 시대에서 ‘유튜브’로 뮤직비디오를 보는 시대가 되면서 케이팝은 ‘21세기형 종합예술’이 됐다. 혼자 비밀리에 즐기는 음악에서 벗어나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음악이 됐다. 여기엔 신체성의 어우러짐도 빼놓을 수 없다.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단지 음악이라 하기엔 품이 좁고, 영화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이는 시이기도, 회화이기도, 사진이기도, 패션이기도 한 ‘무엇’이다. 노마는 이를 ‘케이아트’로 명명한다.

다음은 표현양식으로 가보자. 케이팝은 표현에서도 다원주의와 다극주의의 특성을 보인다. 음악은 처음부터 다국적 작곡가에 의해 다층의 소리를 쌓아 올리는 ‘멀티 트랙’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부르는 그룹 멤버들도 다양한 ‘존재론적 목소리’에다 다국적에 따른 ‘멀티에스닉’ 요소까지 지닌다. 노랫말 또한 한국어와 영어가 결합된 복수언어가 기본이고, 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로까지 확장한다.한국어 노랫말로 들어가면, 언어학적 분석이 빛을 발한다. 케이팝은 미국에서 생겨난 힙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한국어는 랩을 하기에 상당한 강점을 지닌다. 우선 글자 수와 발음할 때의 음절 수가 같다. 음표와 조응하기에 좋다. 게다가 앞 음절의 종성과 다음 음절의 모음이 만나면 다채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예컨대 ‘꽃’ 뒤에 모음이 오면 ‘꽃이’ 가 된다. 자음이 오면 ‘꽃도’, ‘꽃만’, ‘꽃하고’ 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음의 변화는 래퍼들에게 창조의 천국 문을 열어준다.

노마는 ‘케이팝은 붕괴될 것인가?’ ‘케이팝이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까지 나아간다. 요즘 어떤 케이팝은 케이를 떼고 그냥 ‘팝’으로, 케이아트는 그냥 ‘아트’로 변화하는 중이다. 이는 자본의 전략적 선택이다. 하지만 노마는 주장한다. “세계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어디에든 존재하는 ‘팝’이 아니라 바로 ‘케이팝’이고 ‘케이아트’”라고. 케이팝이 힘을 잃지 않으려면 음악이든 영상이든 끊임없이 변화하고, 지나치게 늘어난 그룹 멤버 수를 4~5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래야 그룹 전체와 개별 멤버 모두 살릴 수 있다. 7인조 방탄소년단의 대성공은 방탄소년단이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모두가 그들처럼 될 순 없다고 노마는 강조한다.이 책은 도쿄의 한국어책 전문 서점 ‘책거리’가 기획한 시민강좌에서 노마가 케이팝 강연을 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를 묶은 책이 2022년 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이번 한국어판은 일본어판을 번역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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