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30분경. 눈이 저절로 떠졌는데 몸이 개운했다. 얼마 만의 통잠일까. 아들이 태어난 후 우리 부부에게 열린 세상은 무척 아름다웠는데 어쩐지 잠이 사라져 있었다. 이제...
도장 찍듯 유적들을 둘러보는 관광이 싫었지만, 트레비 분수를 만나 그 거대하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홀려버렸다. 멀리 보이는 프라다 광고판, 트레비 분수 앞에 모여 있는 수백명의 관광객은 이 유서 깊은 아름다움을 가리지도 해치지도 않았다.
모든 일정은 자동차와 함께였다. 아담한 크기의 도요타 SUV 한 대를 빌려 열흘 남짓의 일정 내내 1150㎞를 달렸다. 이탈리아 영토를 긴 부츠 모양으로 봤을 때 레체는 남동쪽 언저리, 그러니까 뒷굽이 시작되는 곳 근처에 있다. 우리는 일정의 절반을 남동쪽에서, 나머지 반을 남서쪽에서 보냈다. 마지막 1박은 로마에서 보냈다.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 했으니까.여행이란, 편견 버리고 오감 여는 것남서쪽에 있는 도시 살레르노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기까지 알베로벨로, 마테라, 오트란토 같은 낯선 도시들을 두루 돌아봤다. 마테라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주연했던 오프닝 추격 신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했다. 알베로벨로는 흰색 외벽에 원뿔형 지붕을 얹은 특유의 건축 양식으로 명성이 높은 도시로도 유명했다. 알베로벨로에서는 한나절 정도, 마테라에서는 하루를 묵었다. 어떤 도시에서는 참 많이 걷고, 또 다른 도시에서는 바다에서 내내 쉬었다.
로마에서의 첫날을 미술관에서 보낸 것도 그래서였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도장 찍듯 유적들을 둘러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판테온만은 보고 싶어서 걷기 시작했는데 어찌어찌 걷다 보니 트레비 분수를 만나 그 거대하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홀린 것이었다. 가운데 있는 조각상이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양쪽에 있는 조각상이 바다의 신 트리톤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저 멀리 보이는 프라다 광고판, 트레비 분수 앞에 모여 있는 수백명의 관광객은 이 유서 깊은 아름다움을 가리지도 해치지도 않았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잔상처럼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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