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시대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에야 날개를 펴듯, 시대정신은 그 시대가 저물 때...
한때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시대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에야 날개를 펴듯, 시대정신은 그 시대가 저물 때에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헤겔은 말했다. 그러나 그것을 미리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 비밀을 먼저 손에 쥐면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시대는 역행했다.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은 박정희 개발독재 모조품이었고,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향수의 결정체였다. 민주화 이후 30년 만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앞당겨 치른 대선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묻는 리더는 없었다. 탄핵 후의 정부는 부패를 청산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적폐청산’이 어떻게 시대정신이 될 수 있겠는가. 다음 정권도 전 정부 탓만 하며 2년을 보냈다. 그렇게 시대정신은 사라졌다. 모든 것이 무너졌고,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탄핵 이후 우리에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했다. 그러나 포용국가는 시대정신이 될 수 없었다. 성장전략이나 분배원리라고 하기에도 실체와 위상이 모호했다. 공정? 공정이 어떻게 한 국가의 비전이 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문재인 정부의 포용과 공정은 서로 상충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무능은 단순히 개인들의 이기심과 비도덕이 빚은 결과가 아니라 돈과 권력을 향한 무한경쟁의 산물이었다. 세월호가 그래서 침몰했고, 정유라는 ‘빽’도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늘어나는 자살과 줄어드는 출생, 초등학생들의 꿈이 건물주인 나라, 모두 삶의 가치가 사라진 세계의 결과물이었다. 홍세화 선생이 말한 ‘부자되세요’ 이데올로기의 완전한 승리였다. 개천에서 다시 용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은 능력주의의 다른 말이었다. 불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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