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가 갈 길을 잃었다. 보수의 이념은 실종되고, 보수적 정책은 효율성을 상실하고, 무엇이 보수 집단의 정체성인지 모호하다. 기형적 대통령제에서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을...
한국의 보수가 갈 길을 잃었다. 보수의 이념은 실종되고, 보수적 정책은 효율성을 상실하고, 무엇이 보수 집단의 정체성인지 모호하다. 기형적 대통령제에서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을 보유하였음에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한국의 보수가 정치적 나침반을 잃어버렸다는 분명한 징후이다. 이런 징후는 이미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촛불집회에서 명약관화하게 드러났지만, 보수 세력은 당내 민주화를 통해 정치문화를 혁신하는 대신 과거 권위주의적 행태를 답습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거리낌 없이 거론되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지금의 모습은 보수의 혼돈과 종말을 보여준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저울질하고 균형을 맞추며 합의점을 찾아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여론을 중시하고 국민의 다양성을 높이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여러 정당 간 경쟁이 공공선을 증대한다. 정치는 결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함으로써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 사람의 이익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손실이라는 ‘제로섬 사고’가 대중 담론에서 점점 더 자리를 잡게 된 데 있다. 경제적 양극화, 기후변화, 인공지능, 젠더 갈등, 난민 문제 등 오늘날 우리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은 너무도 복잡해서 어느 것도 단기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문제가 합리적 토론과 장기적 계획을 요구한다. 분열과 증오가 일상화된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합리적 문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특정 계층과 집단의 이해충돌과 반대의견 때문에 문제 해결 자체가 곤란해진 사회를 ‘제로섬사회’라고 한다.
따라서 보수는 급진적 변화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와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가? 보수는 차별금지법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변화 자체를 반대하는 듯하다. 유가적 가치가 완전히 해체된 지금 보수는, 물론 이 점에서는 진보도 다를 바 없지만, ‘권위주의’만을 답습하는 것 같다. 이준석, 나경원, 김기현처럼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도 가차 없이 내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에서 일반 국민은 권위주의의 왜곡된 실상을 본 것이다. 22대 총선 결과는 국민이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얼마나 싫어하고 경멸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반권위주의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데 권위는 없으면서 권위주의만 고집하는 보수당은 그저 ‘꼰대당’으로 각인될 뿐이다. 제로섬사회에서 한쪽이 권위주의적이면 마치 다른 쪽은 덜 권위주의적인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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