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물원⑪]야생동물은 아픈 곳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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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 야생동물보전센터 공사가 한창이다. 센터 안에는 멸종위기종 생식세포 보관실, 검진실, 수술실이 있다. 질병을 숨기는 야생동물 특성상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적인 검진...

센터 안에는 멸종위기종 생식세포 보관실, 검진실, 수술실이 있다. 질병을 숨기는 야생동물 특성상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이때 생식세포를 간단한 방법으로 채취할 수 있다. 이 땅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는 토종 야생동물 보전을 위해선 생식세포의 냉동보관이 한 방법이다. 또 특정 전염병에 강한 종과 약한 종이 있다. 한국인과 긴 역사를 함께한 토종동물들의 생식세포 유전자를 연구하면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질병에 대한 한국인의 방어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 일명 주모니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 재료의 절반 이상이 미국 국립 스미소니언 동물원에 냉동 보관되었던 다양한 야생동물 생식세포라고 한다.최근 스미소니언 동물원 연구팀은 멸종위기종 세포를 달에 저장하려는 계획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센터는 검진실과 수술실이 있는 동물병원이다. 청주동물원의 첫 상주 수의사로 입사했을 때 동물병원은 없었다. 외부 동물병원 촉탁 수의사가 잠시 다녀가는 곳이다 보니 창고 같은 곳에 테이블과 주사기 몇 박스가 있는 게 전부였다. 그 후 의료장비를 예산부서에 수시로 요청했다. 마침 담당 팀장님이 사슴을 키우고 있어서 동물에 대한 이해가 컸다. 창고에 엑스레이 촬영기를 들여놓으니 제법 병원 같았다. 검사 재료들은 다니고 있던 대학원 실험실에서 가져다 썼다. 교수님이 알면서도 눈감아 주셨다고 생각한다. 입사 8년 만에 현재 사용 중인 동물병원이 건축됐다. 적은 예산으로 짓다 보니 간혹 지붕에서 빗물도 새고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이곳에서 멸종위기종에 대한 연구논문도 나왔고 다른 수의사들의 도움으로 사자 개복수술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지금은 내과 수의사의 주도하에 토종 야생동물의 질병을 연구하는 임상병리실로 사용되는데 올해 연구논문 2편이 학술지에 게재됐다.

청주동물원은 항상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동물들이 보이지 않는 때도 있다. 동물이 내실에서 방문객이 볼 수 있는 방사장으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컨디션에 따른 선택이다. 그러나 나오지 않는 동물을 보고 싶어 하는 분도 많다. 그래서 공개 건강검진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 동물을 위한 일이지만 방문객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시립인 청주동물원의 동물복지 방향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원 방문객 중에는 동물을 덜 좋아하거나 야생동물을 싫어하는 시골 어르신들도 계시다. 시골에서는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피해만 준다고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동물원 방문은 일단 즐겁다. 같이 온 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 야생동물은 다양한 식물 씨를 퍼뜨리고 생태계를 순환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래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야생동물들의 고단한 삶을 알게 되면 “너도 사느라 힘들구나” 동질감을 느끼실지도 모른다.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과거 수의대 시절 내과 실습시간을 기억한다. 한 마리 개로 조원들이 돌아가면서 채혈 실습을 하고 있었는데 개가 힘들어하자 실습을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외과 실습에서는 모의 수술 마지막 날 안락사가 예고되어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등굣길에 개가 좋아할 만한 먹을 것을 사 왔다. 평소 수술 전에는 절식이 원칙이지만 그날은 의미 없음을 모두 안다.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은 후 개는 마지막 산책을 한다. 목줄을 잡은 학생들은 유달리 말이 없다. 개는 마취약물을 투여받고 깊은 잠에 든다. 학생들은 마음속으로 빈다. 다음 생에는 무엇으로도 태어나지 말기를….센터에서 가장 공들인 곳은 수술실이다. 수술실 내 양압 유지와 유입 공기 필터링으로 세균 등 미생물을 제어한다. 야생동물, 특히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의 수술은 어렵다. 마취가 아니면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보니 수술 후 처치도 제한적이다.

동물원으로 다시 오기 위해 1년간 도축검사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소의 죽음과 고통을 봤다. 그때 느낀 것은 소의 고통을 없애주는 길은 머리의 급소를 기술적으로 한 번에 정확하게 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잘 죽는 것도 권리라면 그 순간만큼은 도부들이 가장 자비로운 사람이었다. 수의사로서 많은 순간 동물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통은 수의학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야생동물의 구조와 보호를 주목적으로 하는 ‘특별한 동물원’ 청주동물원에서 20년 넘게 수의사로서 일하고 있다.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수의대 졸업 당시 야생동물을 치료하며 사는 직업이 없어 대안으로 동물원에 입사했다. 동물원이 갈 곳 없는 야생동물들의 보호소이자 자연 복귀를 돕는 야생동물 치료소가 되기를 희망한다. 저서로는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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