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희한하게 겹치는 그런 날이 있다. 붐비는 설렁탕집 건너건너에서 허겁지겁 밥 먹는 이는...
우연이 희한하게 겹치는 그런 날이 있다. 붐비는 설렁탕집 건너건너에서 허겁지겁 밥 먹는 이는 좀 전 지하철에서 마주쳤던 중년. 짧게 깎은 머리, 후줄근한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다. 그는 아주 오래전 캐나다로 이민 떠난 재종 동생과 어찌 그리 닮았는가. 혹 녀석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몰래 잠깐 귀국이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또다시 보아도 그럴 리는 없었다.
그 바람에 흠칫 짐작을 넓혀본다. 주위에 몰래 거처를 숨기고 없는 듯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행방을 감출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겠구나. 투명인간인 듯 두더지인간인 듯. 유학을 떠났다가 학위를 그만두었으나, 포기했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있던 자리로 돌아와 없는 듯이 살 수도 있겠다. 사업차 멀리 떠난다고 큰소리쳤으나 실은 행선지가 지하였다. 그곳에서 요행히 어제까지를 모두 숨겼지만 그 어떤 절박함에 쫓겨 습기 찬 오늘로 다시 뛰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 착각에 익숙한 시력에 문제가 많아 나의 머릿속도 쉽게 오리무중에 빠진다. 모든 이별은 살아서의 이별. 만날 일 없을 이의 모습이 느닷없이 출몰하고, 다시는 안 볼 줄 알았던 얼굴이 불쑥 눈앞을 현혹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나도 이제 생사가 불분명해지는 경계면으로 점점 접근하는 객관적인 증거이려나. 그러니 불각시에 혹시 딴 세상으로 이동해서 이 비탈을 이미 거닐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요한 구절초 옆에서 깜짝 놀라 열한 시 방향의 공중을 쳐다보기도 한다.
지금은 그런 때다. 산에 가면 꽃들도 시들어가고 곤충의 뒷다리에도 힘이 빠진다. 벌초 끝나니 어느새 명절이 코앞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언제부턴가 쓸쓸에게 곁을 내주었다. 해마다 허전하네, 작년에 그랬듯 또 추석이 오네. 그래도 오갈 데 없는 마음을 받아주는 건 올해의 국화. 봄여름 어김없이 마주하다가 추석 무렵이면 더욱 또렷해지는 국화. 나의 생활과 새끼줄처럼 엮이는 여러 종류의 국화들. 볼 때마다 저 성실한 국화한테 똑똑한 관형어 하나 선물할까, 생각한 지가 오래되었지만 올해도 또 그냥 지나간다. 마음의 넓이만 한 국화 앞에서 가을 국화 말고 무슨 모자를 씌워주겠느냐는 변명만 또 찾아낼 뿐. 간다고 가을이다. 그 가을의 싱숭한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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