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리플레이]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한재림의 예술적 야심이 닿은 나쁜 종착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는 한재림 감독이 그리던 궤적이 닿을 수 있는 어떤 종착지 같다. 이 작품의 서사와 문제의식의 핵심을 이루는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는 한재림 감독이 그리던 궤적이 닿을 수 있는 어떤 종착지 같다. 이 작품의 서사와 문제의식의 핵심을 이루는 건 공개 이후 꾸준히 비교되는 과의 교집합도, 원작 웹툰인 과 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도 아닌, 그동안 한재림이 만들어온 작품의 연속적인 흐름이다. 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에서 그의 전작들의 흔적을 읽기란 어렵지 않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축소판을 비판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은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비행기에 갇힌 승객들의 갈등과 선택을 다룬 을 연상케 하고, 극중 나름 선한 집단이 악역들과의 대결에서 반복되는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은 의 서사를 따르며, 독백을 독점한 주인공을 통해 얼핏 매혹적으로 보이지만 비정한 세계에의 몰입과 배신의 변곡점을 따라가는 구성은 과 흡사하다. 단순한 크레디트를 넘어 는 명백히 한재림의 작품이다. 다만 나쁜 의미에서 그러하다.

3층에 배치된 주인공 배진수를 포함한 8명의 인물 모두가 안 좋은 의미로 기능적으로 설정된 건, 계급 부조리의 구조적·이데올로기적 차원을 재현하는 어려운 과제는 포기하면서 그것이 폭력적으로 작동하는 과정을 쉽게 그려내기 위한 편법에 가깝다. 가령 8층에 배치되어 엄청난 특권을 누리면서도 매 순간 충동적으로 행동해 참가자들과 시청자들의 혈압을 올리는 송세라는 자신의 재미를 위해 아래층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괴롭히지만, 그것은 그의 계급적 아비투스 때문도 8층이라는 지위의 내면화 때문도 아닌 그저 극단적인 도파민 중독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악의 축을 이루는 6층 태석의 잔인한 면모는 애초에 거친 성격 탓이다. 기본적으로 호혜성의 원칙은 개나 준 인물들이 철저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연합하는 악운을 거쳐 게임은 그들이 나머지를 착취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계급적 착취와 자극만을 추구하는 괴물 같은 세상을 비판하는 제스처를 취하되, 그것에 대한 공범의식은 깨끗하게 지워준다는 점에서 는 한재림의 작품 중 가장 완성도 높고 가장 기만적인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의 작품 세계에서 정말 나쁜 종착지인 건 결과가 나빠서만 아니라 여기에 이르는 과정의 연속성이 끊임없이 안 좋은 방향으로 누적되어서다.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수양대군에 대항한 주인공들의 실패가 예정됐던 은 폭압적인 적 앞에 무능력한 지식인에 대한 자기비판과 자기연민 사이 어디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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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의 예술적 야심이 닿은 나쁜 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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