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 인터뷰] '오직 지금 살아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싶다'

경향신문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폴란드에 있는 6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만났다. 남편이나 부모, 남매들을 전쟁터에 두고 온 이들은 매일 친지들의 근황을 확인하며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놨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잘 나가던 직업과 성실하게 모은 재산은 전쟁의 포화 속에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500만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낯선 타국에서 자신들의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빅토리아 브리진코=우리 가족의 경우 남편과 부모님 그리고 여러 친척들이 남았다. 부모님은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것을 무서워하셨다. 나이드신 분들은 고향을 떠나는 것을 별로라고 생각하시지 않나. 부모님은 여동생이 사는 외곽의 시골은 사람들이 적고 군인들도 들어오지 않을 것같다며 안전하게 생각하시더라.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면 그곳에서도 힘드실 것이다. 요즘에는 가족이 걱정돼 매일마다 전화로 안부를 확인한다.모이시에바=폴란드에서는 남의 집 청소일을 하는데 일당 300즈워티를 받는다. 난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산 중고차를 매매하는 일을 했는데 많게는 한 달에 1만달러씩도 벌었다. 요즘엔 ‘전쟁나는 걸 알았으면 돈이라도 모아둘 걸’ 하는 생각도 든다. 전쟁이 임박했던 2월22일까지도 나는 다른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실제 전쟁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모이시에바=가장 힘든 것은 처음부터 다 새로 다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내 삶이 어느 단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처음부터 또다시 해야한다.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에 돌아가도 내가 쌓아왔던 것들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한 달 전쯤에는 전쟁이 빨리 끝나리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두 달이 다 되도록 안끝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여기서 다른 사업을 시작할 지, 좀 괜찮은 일을 찾아 다른 나라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어떨 때는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오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내 삶이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게 가장 무섭다.모이시에바=이제까지는 폴란드 사람들이 잘 도와줬다. 하지만 폴란드에 들어온 뒤 일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들을 보면 나중에 폴란드 사람들이 우릴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폴란드의 호의를 당연한 것처럼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고, 도움을 주는데도 맘에 안든다며 투정하는 모습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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