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우간다 트라우마

대한민국 뉴스 뉴스

[에디터 프리즘] 우간다 트라우마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 📰 joongangilbo
  • ⏱ Reading Time:
  • 49 sec. here
  • 2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23%
  • Publisher: 53%

그로부터 4년 뒤인 2019년 '한국의 금융산업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시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킨 DLF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나라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한 시절로 회귀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로 금융권이 다시 휘청거린다.

2015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아프리카 우간다와 비교’하는 지적에 한탄하며 던진 말이다. 이는 한국 금융의 낙후성을 얘기할 때 상징적으로 회자하곤 한다. 그해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간다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140개 국가 가운데 81등인데, 우리나라는 87등이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으면서 불거졌다. 기업인들 대상 설문을 바탕으로 한 이 평가에서, 삼성전자·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인 국내 금융산업에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가 주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여론은 ‘금융업의 삼성전자’를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론이 들끓었다.그로부터 4년 뒤인 2019년 “한국의 금융산업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파생결합펀드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2024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의 대규모 손실로 금융권이 다시 휘청거린다.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8000억원. DLF 사태 때보다 20배 이상 규모가 크다. 당국이 부랴부랴 조정에 나섰지만 투자자와 금융권 모두 분통을 터트리는 모양새다.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 20~40%를 적용하며, 사례별로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업계는 주로 40% 수준에서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ELS 사태는 ‘시장리스크’에서 비롯됐다. 만기 안에 홍콩 H지수가 반 토막 나지 않는다면 수익을 얻는 구조인데, 미·중 분쟁으로 시장이 급변했다.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229포인트에서 지난 2월말 5678포인트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설명했다”며 손실의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권은 “투자의 자기 책임을 훼손하며 판매사에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일부 불완전판매가 확인됐지만, 금융사들이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따라 대부분 절차를 준수했음에도 판매 자체가 ‘죄’로 몰리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낸다. 당국의 배상 압박은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잖다.

홍콩 ELS의 경우 불법 운용이 문제됐던 DLF 사태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그럼에도 “규정에 따르는 것과 윤리를 지키는 것은 현저히 다른 일로, 금융업계 스스로 윤리와 내부통제를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은 그때나 지금이나 되새겨들을 부분이 있다. “투자 상품이지만, 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미성숙한 투자 문화도 뼈아프다. 은행권에 ELS 판매를 허가한 당국이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책임을 압박하는 것도 모순적이다. 뒤늦게 고치는 ‘울타리’일지라도, 이번에는 ‘금융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대로 된 자성과 개선이 뒤따르길 기대해본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joongangilbo /  🏆 11.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AI가 쓴 기사와 전문 데스킹 기사, 직접 비교해보세요AI가 쓴 기사와 전문 데스킹 기사, 직접 비교해보세요오픈AI의 GPT-4와 AI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의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이 적용된 'AI 기자'가 쓴 기사가, 기자 경력 20년의 한국일보 부장급 에디터 2명의 데스킹을 거친 뒤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데스킹이란 기사가 출고되기 전 오류를 바로잡고 품질을 높이는 작업을 뜻합니다. 언론사에서 기자가 쓰는 기사는 통상 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고령, 최초 투자자일수록 배상액 크다…베일 벗은 홍콩 ELS 배상안고령, 최초 투자자일수록 배상액 크다…베일 벗은 홍콩 ELS 배상안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 기준이 11일 윤곽을 드러냈다. 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투자자 연령과 투자목...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한국 달 착륙선’ 예타 통과…2032년에 쏜다‘한국 달 착륙선’ 예타 통과…2032년에 쏜다2032년 발사를 목표로 한 한국의 독자적인 무인 달 착륙선 개발 계획이 30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스라엘, 한국 주권 강탈했던 일본처럼 팔레스타인 짓밟아”“이스라엘, 한국 주권 강탈했던 일본처럼 팔레스타인 짓밟아”“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고 있는 일은 약 100년 전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강탈하며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팔레스타인 주민 “일본이 한국 주권 강탈했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강제점령 중”팔레스타인 주민 “일본이 한국 주권 강탈했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강제점령 중”“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고 있는 일은 약 100년 전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강탈하며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중국 경기 반등한다는데…‘홍콩 ELS’ 원금 건질 수 있을까중국 경기 반등한다는데…‘홍콩 ELS’ 원금 건질 수 있을까H지수 ELS 내년 상반기 10조 만기 도래주가 급락해 손실 구간 진입 물량 7조원대내년 초부터 지수 반등해야 손실 최소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Render Time: 2025-03-21 01:3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