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빛으로 물든다. 연둣빛 봄, 주황빛 가을, 하얀빛 겨울. 그러나 여름만큼은 시각적 자극보다 청각적 자극이 더 선명하다. 높은 습도가 소리에 울림을 만들고 여름의 소리들...
계절은 빛으로 물든다. 연둣빛 봄, 주황빛 가을, 하얀빛 겨울. 그러나 여름만큼은 시각적 자극보다 청각적 자극이 더 선명하다. 높은 습도가 소리에 울림을 만들고 여름의 소리들은 그 울림을 타고 마음까지 울렁이게 한다. 쩌렁쩌렁 매미 소리, 장맛비가 창문과 바닥을 때리는 소리, 여름 바람이 나뭇잎을 쓰다듬는 소리, 파도 소리와 모래 밟는 소리… 그리고 카페도 술집도 모두 닫은 늦은 밤, 편의점 의자에 앉아 맥주 캔을 따고, 플라스틱 의자를 ‘그르륵갉’ 끌면서 시작되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르륵갉’은 일상 속 평범한 사물이 사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양혜규 작가는 에서 거리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동네의 ‘평상’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 작업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사물이 특정한 삶의 방식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평상은 안과 밖을 연결하고 사람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포터블 한 마루다. 오늘날 ‘그르륵갉’ 소리를 내며 진지한 대화를 소환하는 편의점 의자는 현대인에게 ‘대화’와 ‘의자’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상징물이다. 장소는 대화의 맥락을 만든다. 막차를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에서 나누는 이야기, 회사 옥상에서 동료와 나누는 이야기가 각별한 이유는 공간이 주는 장소적 뉘앙스 때문이다. ‘진지한’ 대화를 위해서는 끄덕거림, 눈 맞춤, 웃음소리가 필요한데 ‘그르륵갉’은 그걸 가능하게 하는 가장 최소한의 조건이자, 가장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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