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간 무임승차해왔던 ‘무보수 가사노동’은 결혼과 함께 가정을 꾸리며 끝내 나의 일도 되었다. 엄마는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귀찮고 힘든 게 없어 보였는데, 이건 나의 완...
약 30년간 무임승차해왔던 ‘무보수 가사노동’은 결혼과 함께 가정을 꾸리며 끝내 나의 일도 되었다. 엄마는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귀찮고 힘든 게 없어 보였는데, 이건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해도 해도 할 일이 생겨났으며, 열심히 해도 큰 변화는 없었지만 모른 척했을 땐 금세 표시가 났다. 맞벌이였지만 가사노동의 주역은 나였고, 남편은 조연에서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보수 가사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음식을 만들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부모를 부양하는 일이 인간의 생존과 삶의 질에 얼마나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이 누군가의 돌봄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통계청의 지난해 발표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가사노동 가치 총액은 GDP의 25.5%에 해당하는 490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나라 경제 규모의 4분의 1 규모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56조원으로 72%에 달했고, 남자는 134조9000억원으로 28%의 가사노동 가치를 창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 분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들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 미만의 가사·돌봄 노동자로 일하도록 하자는 것이다.우선 은연중에 여전히 밖에서 보수를 받는 직업에 비해 가사노동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워킹맘’이라는 표현 안에 집에 있는 엄마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반영된 것처럼 말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보수로 일하라고 하는 것 역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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