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박인환상 시 부문 수상자로 (창비)의 정끝별 시인이 뽑혔다. 시 심사위...
2023 박인환상 시 부문 수상자로 의 정끝별 시인이 뽑혔다. 시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을 두고 “그가 경주해 온 경쾌한 실험성의 언어가 한 정점에 이르러 있으면서도 언어적 활력뿐 아니라 서정적인 감성도 농익은 시집”이라고 평했다.이 상은 박인환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됐다. 강원 인제군과 인제군문화재단, 경향신문, 박인환시인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 주관한다.정끝별 시인은 어머니 별세 사흘 뒤 2023 박인환상 시 부문 수상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 유택을 다지던 중이었다고 한다. “경황없던 상황이라 더욱 당황했지만, 확실한 느낌은 엄마가 들썩이는 제 어깨를 토닥이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 언니야 우리는 같은 엄마의 여자였고 서로의 엄마였어 그러니까 서로의 애기였고 서로의 얘기였어// 너는 언니라서 더 지치고 나는 동생이라서 덜 지치고/ 너는 맏딸이라서 더 외롭고 나는 막내딸이라서 덜 외로웠을 뿐/ 더 더 외롭고 더 더 지친 엄마 다리에 네 다리와 내 다리를 엇갈려 묻고 마주 앉아/ 퉁퉁 부은 서로의 다리에서 한 다리씩의 어둠을 뽑아/ 무청 같은 날개를 달아주며”. 정 시인은 자신이 대학에 입학한 1980년대의 지향점이 여성해방, 양성평등이었다면, 21세기 지향점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성 소수자 해방, 성평등이라고 본다. “페미니즘을 넘어 퀴어에 대한 관심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합니다.”
정 시인은 두 딸이 성년이 되면서 한 마리씩 데려온 아깽이를 키운다. 한 마리는 바위틈에서 구조됐다. 다른 한 마리는 길거리에서 죽어가던 중이었다. “제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처음엔 반대했었죠. 게다가 20대에 80년대를 거쳐온 저로서는 늘 인간과 인권이 더 먼저였는데, 지금은 두 고양이 덕분에 동물과 동물권에 진심이게 되었습니다. 동물해방과 종 평등에 눈을 뜨게 되었구요. 말 못하는 이 두 생명들이 저에게 건네는 위로와 행복이 사랑의 다른 층위를 열어주곤 합니다. 두 고양이 덕분에 딸들과도 더욱 ‘단결’하게 되었구요.” 정 시인은 ‘정끝별’이라는 이름 석 자와 ‘근기’를 물려주신 분이라고 했다. “있고도 없는 ‘끝’이라는 의미와 이미 사라졌는데 빛으로 여전히 존재하는 ‘별’이라는 의미가, 곧 시의 의미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신 분. 그리고, 시작한 건 어떤 형식으로는 끝을 보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책임과 근성과 다함을 가르쳐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