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멀어지는 내집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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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울의 중간가격 아파트값은 8억7000만원 정도다. 같은 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월급 200만원을 받는 한국인의 한 달 평균 저축액은 소득의 9%, 즉 18만원 정도다. 이를 서울의 중간가격 아파트를 사는 데 사용한다면 대략 404년이 걸린다.

오래전의 일이다. 좁지만 그렇게 좁지는 않은 집.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코앞은 아니어도 걸어 다닐 만한 곳에 있는 집. 주거계획을 세울 수 있는 집. 그래서 여긴 내 동네다 싶은 집. 그런 집에 사는 꿈을 잊어버린 것은….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거세다. 기사는 “부동산대책이 3040 무주택자들의 꿈을 박살 냈다”며 집값 상승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사람들이 무주택자에겐 대출을 풀어달라고 한 말을 인용했다. ‘박살 났다’는 표현을 오랜만에 활자로 보았다. 집을 사려고 기다렸던 누군가의 꿈이 사라졌다는 의도겠다. 대출한도가 10~20%가 줄었으니 당혹스럽기도 했을 터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갸우뚱하다. 무주택자의 꿈, 어딘가에 삶의 터를 만들고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집을 갖고 싶었던 꿈이 과연 대출 한도 때문에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다. 도리어 집 가격이 내 월급과 점점 더 멀어지면서 생긴 일, 빌려 쓰는 집에선 삶의 터를 꾸릴 수 없다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잊어버리게 된 꿈이라 생각한다. 2019년 서울 아파트들의 중간가격 아파트값은 8억7000만원 정도이다. 같은 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월급 200만원을 받는 한국인의 한 달 평균 저축액은 소득의 9%, 즉 한 달에 18만원 정도를 저축한다. 이를 서울의 중간가격 아파트를 사는 데 사용한다면 대략 404년이 걸린다. 2019년 첫 월급으로 200만원 미만을 받은 20대 근로자가 전체의 80%이니 청년 대다수는 자기 월급으로는 서울에서 그 어떤 아파트도 구매할 수 없다.

404년은 한 인간이 자신의 생으로 감각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1~2년도 길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몇백 년이라니, 감이 잘 안 온다. 역사를 돌아봐도 짧은 시간이 아니다. 비유해보면 오늘로부터 404년 과거는 1616년이다.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났으니 1616년은 전쟁을 마치고 이제 막 정비를 하던 시간쯤이 된다.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에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그의 삶의 시간이 404년쯤이 되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면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우리네 삶과 서울 아파트 한 채 사이의 거리감이 그쯤 된다는 말이다.

나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20평짜리 그 집이 6억원이더라, 다른 집은 7억원이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 숫자가 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집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돈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서일까. 그 집이 내가 살 수도 있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내 월급과 집값을 맞추어보다 숫자 셈을 멈추고 ‘아 그 집은 ‘코끼리’고, 다른 집은 ‘호랑이’라는 거구나’ 하고 지나가 버리게 된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가 우리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보태어 만들고 가꾸어 온 이 땅이 ‘보통’의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슬프다. 물론 지금도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멀리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걸 생각하면 또, 참 미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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