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귀촌 선택한 전 항공사 승무원, 최희서 SBS뉴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 시골에 올 리 없었다. 다니던 여행사는 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던 곳이었다. 코로나가 터지자 중국 관광객이 뚝 끊겼다. 사드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지만 코로나19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할 일이 없는데 사무실에 나가는 일은 고역이었다. 일이 없으니 급여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결국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이 사태가 하루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여행사 대표는 지방으로 가서 게스트 하우스 같은 것을 운영하면서 버텨보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받았을 때 지방에 혼자 가서 살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서울에서 딱히 할 일이 없으면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사는 고양이 말고는 자신이 직접 챙겨야 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가을 우연히 그 카페에 들렀다. 한눈에 봐도 도회지 냄새 물씬 풍기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여행사, 항공사 직원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저런 사람들이 왜 여기 와서 카페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시 감성의 카페는 한적한 그 동네와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 뒤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세 번 더 그곳을 찾았다. 찾을 때마다 카페는 조금씩 달라져 있었고 무엇보다 그 가게 하나로 동네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져 갔다. 여기까지 내려온 청년들이라면 사연이 적지 않을 듯싶었다. 이 사람들을 통해 청년, 지방, 요즘 트렌드라는 귀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 싶었다.지난 4월 8일 카페 대표 최혁과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그다음 주 토요일인 4월 15일 카페 운영자 최희서를 만났다. 에 도착할 때까지 마을에서 마주친 사람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동네는 한적했다.
많은 돈을 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손해는 보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는 주말에는 예약하기가 힘들 정도고 카페도 손님이 없어 멍하니 보내는 시간은 없다. '면사무소 직원, 매일 출근 도장 찍는 택배회사 사장, 춘포 주민 할인해 달라고 소리 지르는 할저씨, 좋은 향기를 풍기는 중년 여인, 사진 찍기 위해 나들이 나온 젊은 커플 등'이 고객이다. 동네 주민은 전체 손님의 10% 정도, 나머지는 소문 듣고 찾아온 외지인들이다. 2015년엔 주로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여행사에 들어갔다. 호텔을 예약하고 교통편을 챙기고 관광객 일정을 짜는 게 주된 업무였는데 규모가 작은 여행사여서 내 일, 네 일의 구분이 없었다. 일 자체가 즐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뜻이 잘 맞았다. 최혁, 신나영, 김나현 등이 그때 만나서 지금까지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쌀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맛이 정말 좋더라고요. 이 동네가 원래부터 쌀 맛이 좋기로 유명한 동네였더라고요. 마침 그때 쌀값이 폭락해서 동네 곳곳에 이에 항의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농민 살리기 차원에서 우리도 뭔가를 하자!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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