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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무리하기 전, 늘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보곤 한다. 내가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나 습관처럼...

글을 마무리하기 전, 늘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보곤 한다. 내가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나 습관처럼 쓰는 어색한 표현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를 자주 보다보니 애초에 고쳐 쓰게 된 것이 상당수지만 개중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아 매번 ‘빨간 펜’으로 수정 제안을 받는 단어가 있는데, 그건 ‘소리들’이라는 말이다. 이 단어에는 굳이 복수를 뜻하는 ‘~들’을 붙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맞춤법 검사기의 설명이다. 음악들, 곡들이라는 표현은 받아들여지지만 소리들이라는 표현이 교정되는 이유는, 아마도 소리에는 단수나 복수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지만, 음악에는 단수나 복수의 개념이 통용되기 때문일 것이다.‘한 음악’이란 단위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하나가 아닌 것 같은데 하나라고 말하는 음악을 만났을 때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안 된다고 하는 서양 전통, 또는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다악장 음악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그 반대로, 하나처럼 보이는 음악이 사실은 여러 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의 K팝을 들으면서다. 전형적인 가요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노래도 여전히 많지만 어떤 곡에서는 서로 다른 장르나 스타일이 한데 합쳐져 있거나, 각 부분이 빠르게 전환된다.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에선 그런 전환점이 비교적 선명히 보였고, 키스오브라이프의 ‘쉿’은 변화기점이 조금 더 촘촘해져, 프레이즈별로 곡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여러 부분들, 조각들이 모여 하나를 이룬다는 인상이 이전 세대의 K팝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한편 주어진 시간만큼 음악을 들어도 아직 ‘한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쇼트폼으로 먼저 만났던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를 제대로 처음 들었을 때 무엇보다 생경했던 것은 음악의 첫 부분이 시작점이 아니라 중간 부분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클라이맥스라 부를 만한 부분도 곡 초반과 중간 어딘가에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 곡이 끝났을 땐 무언가 놓쳤다는 생각에 다시 듣지 않을 수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찰나의 짜릿함을 다시 느끼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며, 연이어 재생해도 특별히 이 음악이 끝난다고 느껴지지 않아 멈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시작도 끝도 없는 트랙 위를 계속 달리는 것 같았고, 그 트랙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에 꽤 빠삭해졌을 때쯤에야 마침내 한 음악을 이제 한번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꼭 이 곡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음악을 이루는 조각들을 잘라 하나의 음악으로 다시 만든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다른 것이 한 곡에 맞붙어 있는 광경은 이제 별로 놀랍지 않다. 수십번의 연속재생, 또는 쇼트폼으로 조각날 것을 동시에 염두에 둔 음악들은 그 청취 방식까지 고려해 만들어지는 듯하다. 더 이상 한 명의 작곡가가 쓰지도 않고, 한 사람이 퍼포먼스를 하지도 않고, 무대 위에서 선보여야 할 것이 노래에 국한되지도 않는 만큼 더 빠르고 복잡해지는 이 흐름은 자연스러운 변화 같기도 하다. 그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한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덩어리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느낀다. 지금의 K팝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하나라고 이해해왔던 음악을 여러 개로 쪼개 이해해보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 소리에 단수나 복수의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처럼, 음악에 대해서도 단수나 복수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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