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형주의 첫 정규 음반을 들으며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부끄럽게 하는 뮤지션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이형주는 그 중 하나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몇 해 전 서울 서촌의 한 식당에서 그를 처음 만났던 것 같다. 족발을 맛있게 만들어 파는 가게였는데, 당시 가게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턱없이 올려 버렸고, 식당 주인 부부는 그에 반발해 싸우고 있었던 탓이다. 비슷한 처지의 자영업자들과 관련 단체 활동가들, 일군의 예술인들과 뜻있는 시민들이 연대 중이었다.
그 곳의 싸움은 끝내 승리하지 못했고 수많은 연대인들이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형주의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그의 노래는 싸우고 있는 사람들, 일터에서 내몰리고 쫓겨난 사람들 곁에 머물렀다. 그는 노래로 연대했고 연대하면서 노래를 만들었다. 그의 노래는 오래전 연대했던 사람들이 입주한 아파트에는 닿지 않았다. 그들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나 안치환의 노래를 들으며 운동을 추억하는 동안, 예람, 이형주, 황경하, 황푸하 같은 뮤지션들은 지금 내몰린 사람들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노래를 불렀다. 제대로 받기 힘든 출연료와 충분하지 않은 음향 시스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노래였다. 이형주는 싸우는 이들을 위해 마음을 내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노래를 만들었다. 지켜보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당사자의 노래였다. 당사자가 되려는 음악인의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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