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홍준표 대구시장, 플랫폼 청년의꿈)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방문을 앞두고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전 대통령을 찾아가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진짜 공부'에 성공하느냐에 정치인 한동훈의 명운이 걸려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다."
역사적 참패를 당한 초상집에서 상주와 문상객이 고성을 지른다. 그 당이 왜 그런 성적표를 받았는지 짐작이 간다. 오찬 초대를 둘러싼 윤석열-한동훈 불협화음도 참 어색하고 '박절'해 보인다. 두 사람의 세월, 죽고 못 살 듯했던 과거 궁합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패배는 둘의 공동 책임인데, 대들보 뽑힌 집안에서 형제가 재산 싸움하는 모습으로 읽힌다.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한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엔 건질 내용도 있었다."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는 대목이었다. '공부'와 '성찰', 선거전이 한창일 때의 태도와는 거리가 있던 단어들이라 신선했다. 총선 때는 말이 달랐다."나이가 오십이 넘었다. 어디 가서 공부할 나이보다는 그간 준비한 것을 가지고 시민을 위해 봉사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똑같이 '공부'라고 쓰지만 한·중·일에서 의미가 각각 다르다. 한국에선 ‘배우고 익힌다’지만 중국에선 ‘시간의 틈, 여가’, 일본에선 '궁리한다, 아이디어를 낸다'라는 뜻이다. 이왕 공부를 결심했다면 세 버전의 '공부'를 다 했으면 싶다.먼저 정치를 '배워야' 한다. 지지자들의 열광과 셀카 요청, 화환 세례에 취해선 안 된다. 회사원들에게 외면당했던 여의도역 유세의 씁쓸함에서 공부가 시작돼야 한다. 정치는 사법시험 공부나 깡패 잡는 일과 다르다.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사람으로 세력을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한다. 총선을 원팀이 아닌 원톱으로 치렀다는 지적은 그래서 뼈아프다. 이번엔 '국민의힘 원팀'은커녕 '한동훈의 팀'조차 보이지 않았다."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이후 비실비실했던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빼면 솔직히 아무도 기억에 없다.
아이디어를 궁리하는 일본식 '공부'도 중요하다. '운동권 심판'과 '이재명·조국 심판'을 오갔던 구호는 선거 내내 도마 위에 올랐다. 비전과 브랜드 없는 '닥치고 공격' '닥치고 반사'가 얼마나 허망한지는 총선 결과가 제대로 증명했다. 여가와 시간적 여유를 뜻하는 중국식 '공부'의 의미도 작지 않다. 한나라당 이후 보수 계열 정당들의 역사 속에서 조급하게 복귀한 리더가 꿈을 쟁취한 사례가 거의 없다. 전당대회 출마를 권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한다. 당장 복귀하기엔 108석이란 기록적 참패의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다.서승욱 정치국제외교안보디렉터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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