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사 가운데 ‘리처드 프라이어(Richard Pryor, 1940~2005년)가 비디오에 나온다’는 내용이 있다. ‘오징어 게임’이 방영될 땐 ‘오징어 게임 본 척하는 법’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보다 많다. - 서소문 포럼,김구,한국 콘텐트,한국어,한류 열풍
대학 때 즐겨듣던 노래가 있었다. 독일 출신 미국 싱어송라이터인 잭슨 브라운의 ‘The LoadOut/Stay’라는 곡이다. 두 곡을 이어 부른 이 노래는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며 공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그런데 가사 가운데 ‘리처드 프라이어가 비디오에 나온다’는 내용이 있다. 리처드 프라이어가 누군데 노래 가사에 나오는지 궁금했다. 요즘 같으면 검색창에 이름만 넣으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당시엔 쉽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인명사전, 백과사전, 잡지 등을 뒤적인 끝에 그가 1960~80년대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스탠드업 코미디 대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그가 1979년 공연한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돌던 적이 있다.일러스트=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
문화 콘텐트는 시간뿐 아니라 공간을 초월해 영향을 준다. 먼 나라에서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에 즐거움을 줬던 사람이 이제는 MZ세대를 배꼽 잡게 한다. 요즘 한류 인기를 보면 폭발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 얘기 정도로만 여겨지던 세계 1위 콘텐트가 쉴 새 없이 나온다. 넷플릭스에선 한국 콘텐트끼리 순위 경쟁을 하기도 한다. 미국의 월마트에선 K팝이 흘러나오고 영국 런던 한복판에선 ‘한류’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 전시회에는 민요부터 K팝 흐름까지 전시돼 있고 MZ세대의 응원봉 문화도 소개한다.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선 K콘텐트를 모르면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포모’ 증후군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오징어 게임’이 방영될 땐 ‘오징어 게임 본 척하는 법’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덕분에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다. 한글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보다 많다. 미국 CNN에 따르면 세계 5억 명 인구가 외국어 공부를 위해 사용하는 듀오링고 앱에서 지난해 한국어가 7번째로 많이 학습된 언어였다.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 순이었고, 한국어 다음으로는 중국어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는 “한국어가 한류를 타고 세계의 소통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교포 중심으로 소비되는 언어였다면 요즘엔 한류 영향으로 배우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등장한 한국의 웹툰이 일본의 망가를 밀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일본의 망가 시장은 2650억 엔으로 2.3% 줄어든 반면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웹툰 시장은 이미 37억 달러에 달하고 2030년에는 5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쯤 되면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소원이 이루어진 듯하다. 김구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쓴 ‘나의 소원’에서 이런 심정을 토로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지 불안하다. 순간의 열풍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한국을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 되게 해 준 건 바로 거대 플랫폼이다. 넷플릭스는 아시아권에 머물렀던 K드라마를 세계인의 거실 앞으로 배달해 줬다. 미국 이외의 콘텐트가 필요했던 넷플릭스와 온라인 전환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던 한국의 입장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한국 외에도 수많은 국가에 투자한다. 한류가 사그라지면 바로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팬과 소셜미디어·유튜브 등을 통해 소통했다. 마치 몇몇 기업가가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했는데 이를 독과점 형태의 유통회사를 통해 팔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아무리 창의적인 제품이라도 ‘슈퍼을’이 되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갑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대 플랫폼 말고도 외국인이 한류를 온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융합된 플랫폼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범이 소망하는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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