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풍자냐 자살이냐?” 최민 화백 만평집 ‘독설공감’newsvop
시인 김지하는 지난 1970년 발표한 평론 ‘풍자냐, 자살이냐’는 글을 통해 엄혹한 시대 속에서 젊은 시인이라면 저항적 풍자의 길을 걸어야 하지 않겠냐는 결연한 질문을 던졌다. 이 말은 김수영 시인이 지난 1961년에 발표한 ‘신귀거래’ 연작 가운데 있는 ‘누이야 장하고나!’에 있는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다”라는 부분을 오독한 것이다.민중의소리에서 만평을 연재하는 최민 화백의 신작 만평집 ‘독설공감’을 보면서 “풍자냐, 자살이냐?”는 이 결연한 질문이 떠올랐다.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촌철살인으로 ‘풍자’하고, 에둘러 이야기하는 법 없이 우리 사회의 폐부를 향하는 그의 ‘만평’에선 그런 결연함이 묻어났다.
이 만평집에 실린 박세열 프레시안 편집국장 만화평에도 같은 구절이 등장해 반가웠다. 박 편집국장은 “우회하지 않고 직진한다. 풍자냐, 자살이냐”는 제목의 글을 통해 풍자의 대척점에 있는 말로 ‘자살’을 택한 김지하의 통찰력은 많은 걸 시사해 준다. 풍자가 아니면 자살이다. 스스로를 해하는 방법 외엔 없다는 말이다. 풍자는 권력자, 혹은 권력을 가진 세력에 대해 피 권력자, 억압받는 일개 개인이 저항할 수 있는 최선의 무기다. 풍자가 아니면 자살이라는 말은, 풍자 외에 권세에 도전할 방법론이 차단돼 있다는 걸 상징한다. 약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자의 무력에 저항할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풍자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해하는 수밖에. 풍자가 없는 권력 메커니즘 속에서 개인은 필연적으로 고립된다”면서 “권력에 대항해 말할 수 있는 자유, 즉 표현의 자유는 과장하면 개별 시민의 유일한 무기가 된다”고 짚었다.그 무기를 들고 최민 화백은 열심히 싸웠다.
이에 대해 하종원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시사만화의 공격적 본성에 대한 그의 신념과 화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추론컨대, 그의 호전성과 전투력은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니 맘에 들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에릭 홉스봄의 결연한 주문에 대한 자기 반성과 실천 의지의 응답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권범철 한겨레 시사만화가는 “일 벌이기 좋아하는 최 선배의 시선을 피해 숨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면, 서대문 뒷골목 선술집에 마주 앉아 최민 선배와 회의를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후배들의 후일담은 흔하다. 이런 경우 신기한 건, 최 선배는 좀처럼 화를 내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최 화백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최 화백의 새 책 ‘독설공감’은 크게 비평하다, 비유하다, 비평과 비유 사이, 수장고까지 4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비평하다’는 정치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불공정 문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비유하다’는 한국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문화예술 작품으로 풍자한다. ‘비평과 비유 사이’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다양한 문제와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를 다루며, ‘수장고’는 국내외 전시회 출품작과 수상작,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거나 지면에 내지 못했던 작품 등을 소개한다.
최민 화백은 30년 간 중부일보, 일간 오늘, IT 데일리, 월간 말, 뉴스툰 등 다양한 매체에 연재하며 시사만화가로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는 민중의소리에서 ‘최민의 시사만평’을 연재 중이다.“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뀔 동안 만평을 그렸다. 시사만화가로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 길을 무소의 뿔처럼 달려왔다. 이름 없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것, 부패 권력과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의 부조리와 부정을 타파하는 것, 예술이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않는 것, 정치적 부족주의를 극복하는 것을 굳게 지키면서 시사만화를 그리려고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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