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이번 특집 기사는 2022년 [삶] 인터뷰를 시작한 이후 성폭력과 관련해 인터뷰이들이 언급한 내용만을 발췌해 별도로 묶은 것입...
윤근영 선임기자=성폭력은 주로 힘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다.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현재의 학교 시스템상 여자 선생님이 뭐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을 학생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서실의 말단 여직원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낸 것도, 시인 고은이 문학 후배들 앞에서 성적인 행위를 한 것도 마찬가지다.법치가 안 되는 사회에서는 1차 가해자뿐 아니라 2차 가해자들까지 벌떼처럼 몰려들어서는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간다. '꽃뱀'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나도 사과하지 않는다.-- 초중고 학생들이 선생님을 성희롱하는 일이 있나.
▲ 자기들끼리 교실에서 선생님의 속옷 색깔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는 아이들도 있다. 여자 배우의 가슴 크기에 대해서도 말하면서 시시덕거린다. 자기들끼리 몰래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님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선생님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라고 추궁하면"선생님한테 한 말이 아닌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추궁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어서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신한 여선생님이 수업 중인데,"00를 해서 임신했다"면서 성적으로 모욕하는 학생들이 있다. 선생님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부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이런 짓을 한다.-- 선생님에 대한 서술형 평가에서 선생님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
▲ 세종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술형으로 선생님에 대해 평가하라고 했는데, 성희롱하는 내용을 적었다. 익명 평가여서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른다. 컴퓨터로 작성해서 입력하는 것이니 필체 확인도 불가능하다.▲ 선생님은 교육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상처를 받았다. 교육청은 선생님을 보호하기보다는 사무적이고 딱딱하게 취조하듯이 조사를 했다고 한다. 선생님은"나는 피해자인데, 왜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차 가해를 받은 셈이다. 선생님은 교육청의 이런 조사가 더 견디기 어려웠고, 이때 교단을 떠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분은 의원면직으로 교직을 그만뒀다.▲ 교사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락한 것도 원인이지만 그동안 국회, 정부, 단체 등이 지나치게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권 보호에는 신경 쓰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 보호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학교는 통제 불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2020년 5월 12일 오후 5시에 피해자가 찾아왔다. 서울시 동료 공무원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사건으로 상담 예약이 돼 있었다. 흰색 정장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그는 상당히 긴장돼 있었는데, 마음을 녹여주기 위해 내가 농담을 건넸으나 웃지 않았다. 상담이 거의 끝날 무렵에 그녀가 다른 피해가 있다고 했다. 피해자는 박 시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를 디지털포렌식 하기 위해 사설업체에 자신의 핸드폰을 맡겼다고 했다. 우리 사무실에 오기 전날에는 서울시 간부에게 박 시장이 보낸 음란 문자 내용이 무엇인지를 카톡으로 알려준 상태였다.▲ 당시 피해자는 박 시장의 핸드폰을 신속히 포렌식 해달라고 수사기관에 강력히 요청했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의 문자 내용을 복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사기관도 가해자의 핸드폰을 압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는데,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바람에 중지됐다. 그 후에도 유족 등의 반대로 가해자의 핸드폰은 포렌식 되지 않은 채 영구 봉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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