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19일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 직후 발표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인사로 보인다. 노골적인 권력 눈치 보기로 검찰의 신뢰를 훼손한 전력이 있는 검사들을 대놓고 요직에 발탁했다.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민심
을 얻어 대권까지 차지한 윤 대통령이 이젠 자신과 부인을 비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 자신과 부인을 겨냥한 수사는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건가.
이번에 새로 임명된 8명의 검찰 고위간부 가운데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히는 핵심 요직이다. 그런데 김석우 새 법무부 차관과 이진동 새 대검 차장은 이 자리에 적합한 인사가 아니다. 김 차관은 박근혜 정권 때 ‘왕수석’이라 불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2016년 11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던 그는 검찰 선배인 우씨 조사 과정에서 ‘황제 소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우씨는 팔짱을 낀 채 웃으면서 비스듬히 서 있고 수사검사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반듯하게 서 있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우씨는 불과 6개월 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때 불법사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앞서 김 차관이 했던 수사가 권력 눈치 보기가 아니면 뭔가.
이 대검 차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울서부지검장 때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불기소하려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를 권고하자 마지못해 기소했다. 김 청장을 기소하면 재판 결과에 따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실은 기소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 대검 차장이 그런 ‘용산’의 심기를 살핀다는 말이 파다했다.이런 이들을 검찰 요직에 발탁해선 안 된다. 법과 원칙보다 권력의 뜻을 잘 따라야 출세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검찰 전반에 주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우정 검찰총장에 이은 이번 인사로 윤 대통령은 검찰을 자신의 친위대로 확실하게 만들었다. 임기 후반기를 앞두고 이런 인사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용산’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이원석 전 총장 때 있었던 사소한 이견조차 허용 못 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사설] 인사 늑장에 예산 삭감, 권력 수사하는 공수처 압박 아닌가윤석열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년 수사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수사를 진행 중인 공수처에 대한 정권의 압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향신문 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김건희 명품백’ 수심위, 뇌물·직권남용 등 고발된 혐의 다 살핀다김건희 여사(사진)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의 수사 결과를 심의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 여사가 고발된 모든 혐의에 대한 기소 가능 여부를 따져볼 예정인 것으로 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김건희 명품백' 끝나지 않았다[이충재의 인사이트] 검찰 수심위 불기소 결정했지만 특검·공수처 수사 남아...검찰 재수사 가능성도 배제 못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설] ‘김건희 사건’ 뭉개면서 또 전 정권 수사, 낯 뜨겁지 않나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눈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아무개씨가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한 게 이 회사 설립자인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2018년 3월) 대가라고 보고 수사 중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설]수심위 불기소 권고, 끝까지 납득 못할 ‘김건희 명품백’ 수사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 등을 수수한 김건희 여사의 불기소 처분을 지난 6일 검찰에 권고했다. 수심위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행위가 청탁금지법...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공천개입 의혹’ 추가 김건희 특검법,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통과‘본회의 보이콧’ 국민의힘, 반대 토론에선 “김건희 고강도 수사 받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