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소성리에서 벌어진 일newsvop
모두가 잠든 시간에 경북 성주 소성리 사드기지로 군사물자가 육로를 통해 대량으로 반입됐다. 4일 새벽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까지는 한미 장병 생활관 리모델링 공사 등에 필요한 건설물자만 들어가고 군사물자는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헬리콥터로 이송하는 게 관례였는데, 윤석열 정부가 이걸 깨버린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기지 지상 접근 정상화'라지만 주민의 입장에서는 노골적인 전쟁 선포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당국은 매주 두세 차례 공사 자재와 인력, 생활용품을 차량으로 반입하다 지난 6월부터는 횟수를 5회로 늘리면서 속도를 붙여왔다. 장비가 반입되는 날이면 소성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새벽부터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키고 이를 저지하려 했으며 매번 경찰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격리되는 수모를 겪은 후라야 상황이 종료되곤 했다. 3일에는 사드 기지 강행에 항의하며 전국에서 모인 1천여 명이 결의대회를 갖고 국민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군사적전을 벌인 꼴이 되었다. 사실상 소성리 주민들을 밟고 가겠다는 천명으로서 매우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사드기지 정상화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며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협의회 구성이 필수적인데 주민대표 위원 1명도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기지가 들어서 있는 소성리 주민들은 처음부터 누가 주민위원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만큼 피해 주민 의사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힘으로 누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처음부터 불법 시비가 일었고 북핵 위협 대처라는 명분도 깨진 지 오래다. 남은 것은 한반도에서 필요한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일 뿐이다. 그것도 낮에는 주말 작전이 없을 거라는 거짓말로 주민을 안심시킨 뒤 야음을 틈타 군사적전을 벌였다. 태풍이라는 자연 재난의 위협에 숨죽이고 정치권은 또 정치권대로 전운이 감도는 시기에 미 백악관의 요구를 충직하게 수행하기 위해 평화로웠던 마을에서 벌이려는 이 정부의 또 하나의 전쟁이 우려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