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3 75주년 다시 자행되는 왜곡과 폄훼](https://i.headtopics.com/images/2023/4/3/newsvop/914932449444933738055-914932449444933738055-1642720207847186433.webp)
[사설] 4.3 75주년 다시 자행되는 왜곡과 폄훼newsvop
제주 4.3항쟁 75주년이다. 제주 4.3은 분단과 수탈에 맞서 일어선 범도민적 항쟁이었으며, 군대와 서북청년단을 앞세운 이승만 정권의 잔인한 학살이었다. 민주화 이후 4.3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이 시작됐고, 정부 역시 민간인 학살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정부여당 인사들은 4.3에 색깔론을 뒤집어씌웠고, 극우세력은 왜곡과 혐오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 제주 4.3이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임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주 4.3 왜곡·폄훼에 가장 앞장선 것은 탈북민 출신으로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태영호 의원이다. 태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 선거 과정에서 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뒤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말했다. 이는 명백히 제주도민들의 자발적이고 의로운 항쟁이자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으로 공식 규정된 사건을 북한의 지령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발언이다. 제주 정치권과 도민들이 일제히 규탄했으나 태 의원은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왜곡을 이어갔다. 안팎의 비판에도 태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고, 이를 통해 사실상 면죄부를 얻었다.
태 의원 발언을 시발로 최근 제주도 전역에는 4.3을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폄훼하는 극우정당 명의의 현수막이 수십 개 부착됐다. 심지어 4.3 당시 토벌은 물론 어린이와 노인, 여성 등을 잔인하게 학살해 도민들이 치를 떨게 했던 ‘서북청년단’ 이름을 쓰는 극우단체가 4.3 당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를 하기도 했다. 이는 해마다 이즈음 더욱 슬픔에 잠기는 제주도민에게 과거 우익폭력을 소환시키는 잔인무도한 폭력이다. 우익폭력을 잠재워야 할 정부여당은 오히려 거리를 두고 부추기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은 4.3추념식에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이틀 전 대구 서문시장을 둘러보고 야구장에서 시구를 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도 추념식에 불참했다. 이 정도면 정부여당의 4.3에 대한 노골적인 보이코트이자 의도적인 홀대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극우세력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도민 숫자도 적고 의석도 적으니 차라리 보수심리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자는 얄팍한 계산까지 의심된다. 소탐대실 정도가 아니라 제 꾀에 속아 자기 발등을 찍게 될 것이다. 분단으로 인한 한국 현대사의 가장 슬프고 잔인했던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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