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에서 ‘세기적 격변’이라 할 수 있는 엄청난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이어진 ‘편향적 가치외교’로 남북 관계는 이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변했고, 북한 정예부대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북-러 동맹 역시 ‘혈맹
’으로 진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북방 외교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면서, 한국은 30여년 만에 진영 대립의 ‘최전선’에 내몰렸다. 이 엄중한 현실을 단숨에 바꿀 순 없겠지만,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냉정하고 균형 잡힌 대북·대러 접근에 나서야 한다.
최근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탈냉전 이후 ‘오랜 평화’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이 듣기에 깜짝 놀랄 것들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7일 조선인민군 2군단 지휘부를 방문해 이틀 전 남북을 잇는 도로·철도를 완전히 “파괴단절했다”며 “세기를 넘어 끈질기게 이어져온 서울과 악연”은 물론 “부질없는 동족의식,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잘라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민족과 통일 인식을 잘라내고, 한국을 “철저한 적국”으로 대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지난 7~8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개헌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 정보’는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의 특수부대원 1500여명이 지난 8~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영토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등에선 “확인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약 1만1천명의 북한군이 다음달 1일 훈련을 마치고 이 가운데 2600명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 전선에 투입될 것이란 구체적인 정보를 쏟아내는 중이다. 남북 관계가 파탄 나고 북-러 관계가 혈맹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외교적 재앙이다. 이제 한반도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러시아의 개입’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향후 한-미 동맹의 작전계획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만시지탄이지만, 가치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만 ‘올인’해온 윤석열 정부 외교 노선에 대한 냉정한 복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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