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대학가에 군사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던 네 장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작성자는 전세사기 피해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해병대 예비역, 예비 초등교사였고, 모두...
총선을 앞둔 대학가에 군사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던 네 장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작성자는 전세사기 피해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해병대 예비역, 예비 초등교사였고, 모두 청년이었다. 2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자보는 전세사기로 젊은이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이태원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고발한다. 무능한 정치가 이 땅의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지만 총선 의제에서 청년은 실종됐고, 청년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타깝고 미안하다. 청년들이 오죽 답답하고 절박했으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가 판치는 시대에 매직펜을 들었을까. 한 문인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며 청춘을 예찬했지만, 요즘 청년은 약자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대자보 내용처럼 한국의 젊은이는 누구나 해병대 채모 상병처럼 군대에서 영문도 모른 채 물에 휩쓸릴 수 있고, 순직한 초등교사처럼 언제나 일터에서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릴 수 있다. 쥐꼬리만 한 임금을 받으며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도 대부분 청년이다.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이고,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이도, 죽어서야 세상에 알려지는 그 이름이 젊디젊은 청년이었다.
청년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정치권은 소귀에 경 읽기다. 지난 대선에서는 여야가 선거대책본부에 청년을 영입·배치하는 모양새라도 연출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이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여야 양대 정당의 2030 후보 공천율은 5%도 안 된다. 지역구에 공천한 후보의 평균 연령이 국민의힘 57.4세, 더불어민주당 56.6세라고 한다. 저출생 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면서 유권자 수도 청년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 이번 총선은 60대 이상 유권자가 20대와 30대를 합친 유권자보다 많은 인구 구조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다. 이런 탓인지 청년들 삶과 밀접한 이슈나 공약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총선에 청년이 없다.
청년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절망하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깡통전세, 일상과 일터의 안전, 병사의 억울한 죽음마저 덮으려는 군대와 정치권력, 경쟁 위주의 교육과 학벌·학력 차별 같은 문제는 청년 개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청년들의 목소리에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 대자보의 외침처럼, 청년들도 기성 세대와의 소통·연대와 조직화 등을 통해 스스로를 정치적 주체로 세우고 사회 개혁과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유정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연주씨 언니, 임장표 고려대 재학생, 이태우씨 등이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청년에게 호소하는 대자보’를 부착하기 전에 들고 서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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