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정기조 전환을 포함한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여당 대표가 ‘당정 갈등’을 불사하며 정풍에 준하는 쇄신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10%대 지지율로 표출된 민심 이반을 방치할 경우 여권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는 문제 핵심인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선 특별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정기조 전환을 포함한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여당 대표가 ‘당정 갈등’을 불사하며 정풍에 준하는 쇄신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10%대 지지율로 표출된 민심 이반을 방치할 경우 여권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는 문제 핵심인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선 특별감찰관 도입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보궐선거 공천개입 의혹이 드러난 ‘육성 통화’ 공개 이후 나흘간 고심한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인지 실망스럽다.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치는 쇄신안으로는 국정 위기를 수습할 수 없다.
한 대표는 모두 6가지 쇄신책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진솔한 해명과 사과, 대통령실 참모진 문책 개편, 내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특별감찰관 임명, 국정 기조의 일대 전환이다.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공개한 4개 요구에 국정기조 전환과 내각 쇄신이 추가된 것이다. 그사이 국정 지지율 20% 붕괴, 정부·여당 지지층 이탈 현실화 등 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임계점으로 치닫는 민심을 감안하면 여당 대표로서 당연히 할 만하고 해야 할 요구들이다. 하지만 한 대표는 김 여사 의혹 규명의 유일한 방안인 특검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특별감찰관 타령만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방책으론 소용이 닿을지 모르나 김 여사 의혹 규명과는 거리가 멀다.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온갖 무리수를 두며 면죄부를 준 검찰에 다시 ‘면죄부 수사’를 맡기라는 것인가. 한 대표는 김 여사 특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제는 이런 정도 쇄신 요구조차 윤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면서 물가 안정, 건전재정, 외교·안보 등을 성과로 열거했다. 총선 앞 대파 파동이나 매년 수십조원의 세수 펑크,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한반도 상황은 쏙 뺀 자화자찬이다. 정권의 비상 국면을 막무가내 국정 홍보로 돌파하려는 심산인지 모르지만 이제 지지층조차 곧이듣지 않는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은 하루 다르게 최저점을 찍고 있다. 정권 붕괴 위기로 치닫는 현실이 왜인지 윤 대통령은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 권력이 무능한데 오만하기까지 하면 국민들이 비상한 결심으로 심판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특검을 자청하는 것을 비롯해 비상한 처방을 내놓는 것만이 윤 대통령에게 허용된 선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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