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하의 바둑은 희극 같기도 하고 비극 같기도 하다. 비행기에서 핵폭탄이 투하되는 절체절명의 순간, 저 아래 환하게 불빛이 반짝이는 작은 집이 하나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태평스럽게 바둑을 둔다.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조종하고 제어하고 시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1945년 8월의 그날, 히로시마에서는 본인방전 도전기가 열리고 있었다. 하시모토 우타로 9단이 타이틀 보유자, 도전자는 이와모토 가오루 9단이었다. 당시 패망이 임박한 일본에서 바둑계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도쿄의 일본기원이 공습으로 불타버리는 바람에 대국 때마다 이리저리 보따리를 싸 들고 돌아다니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본인방전은 일본 최대 기전이었고 최고의 이벤트였기에 일본기원도 이 시합만은 멈출 수 없었다.
“돌연 귀를 째는 폭음과 함께 사방이 마그네슘을 땐듯한 연기와 광선에 휩싸였다. 하시모토 9단은 어느새 뜰에 나가 엎드려 있었다. 원자폭탄이라고 하는 무서운 폭탄이 히로시마를 강타한 것이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일본에서도 상영될지 궁금하다. 상영된다면 바둑계의 꽤 많은 인사들이 이 바둑을 떠올릴 것이다. 원폭 하의 바둑은 희극 같기도 하고 비극 같기도 하다. 비행기에서 핵폭탄이 투하되는 절체절명의 순간, 저 아래 환하게 불빛이 반짝이는 작은 집이 하나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태평스럽게 바둑을 둔다. 우화 같고 비현실적인 퍼포먼스 같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고 역사의 한 장면이다. 운이 좋았다. 모두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는데 대국장이 바뀌는 바람에 살아남았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감독은 덮어두었던 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핵폭탄에 얽힌 많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꺼내 들려준다.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조종하고 제어하고 시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이 만든 역사의 홍수에 그냥 떠내려가는 사람들 얘기는 끝이 없으리라. 그중에 원폭 하의 바둑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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