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파업이 극히 어려운 하청노동자를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비난합니다. 교섭에서 노동자들이 대폭 양보했으나 사측은 손배소를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피해보상보다는 노조압박 수단입니다. 박귀천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의 긴급기고입니다.
수십년을 일한 숙련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그동안 삭감되었던 임금을 삭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파업을 하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파업을 둘러싼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공권력 투입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없기를, 장기간 옥쇄농성과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의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누구도 다치지 않고 교섭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면서 뉴스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뉴스를 보다 보면 대통령, 장관, 보수정치인, 보수언론 등은 모두가 입을 모아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단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단 이번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파업에 대해서 주로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불법파업이라고 단언하는 기사는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다.
또한, 위에서 말한 파업의 정당성 판단을 위한 각각의 요건들은 해석을 필요로 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여러 쟁점들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처럼 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원청업체 사업장을 점거하는 형태의 파업을 하는 것이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는 첨예한 다툼이 있는 쟁점이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대법원은 원청업체 사업장 안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의 정당성을 인정한바 있다. 대법원은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라고 하면서 “쟁의행위의 수단인 파업은 도급인 사업장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도급인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 것은 아니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로 일정한 이익을 누리려 자신의 사업장을 근로 장소로 제공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해야 할 수 있다.
그간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조합원들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여러 차례 발생 되어 2017년에는 영국 등 해외 사례를 참조하여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린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법안은 노조가 아닌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상한선 규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국제학술대회에서 영국의 노동법학자인 유잉 교수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거의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에 대해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를 누구도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경영자들이 판단한 것 같다고 하면서 앞으로 함께 일할 파트너인데 건설적인 관계를 위해서 굳이 과거를 문제 삼기보다 미래를 생각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협상을 재개하고 있다. 노사 협상은 전날 마라톤 협상으로 극적 타결 기대감이 높았지만 손해배상 소송 취하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22.7.21 ⓒ뉴스1파업의 정당성은 결국 사법부에 의해 최종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법적 판단의 문제이다. 그간 판례를 통해 축적된 여러 기준에 따를 때,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파업이 불법인가라고 묻는다면, 현재로서는 적어도 불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간 알려진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적어도 파업의 주체, 목적, 절차에서 정당성을 부정할만한 점은 발견하기 어렵고, 다만, 도크 점거라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사정들을 면밀히 따져본 후 판단해야 할 쟁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만 드러난 사실을 통해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파업의 정당성 판단 등 법적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선산업 및 조선업 종사 노동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 더 나아가 원하청 노동자간 차별 및 격차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안갯속' 대우조선해양 사태…해결 못 하나, 안 하나사측은 '조선업 체력이 조금 더 회복되면'을 주장하고 있고 노측은 '이미 한계점을 넘은지 오래'라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파업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우조선 하청노조-사측 협상 시작…쟁점 된 '손해배상'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소식으로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조금 전부터 노사가 다시 협상에 나선 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에 이어 이틀째 현장을 찾았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우조선 하청노조-협력사 교섭 재개…남은 쟁점은?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이 오늘로 50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사는 남은 쟁점을 두고 막판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데 현장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0일째...노사 협상타결 '불투명'[앵커]50일째 파업을 이어가는 대우조선 하청 노조와 사측 간 협상이 아직 결론을 찾지 못했습니다.어젯밤 협상에서 민형사상 책임과 폐업한 협력업체의 고용승계 문제 등을 두고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는데요.오늘 오전 다시 협상에 들어갔습니다.현장에 취재기자 나가 있습니다. 김종호 기자![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