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부로조 로렌체티 벽화 연작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 그려내정의·화합이 함께하는 정부선시민들도 걱정없이 평화롭고탐욕스러운 폭군이 지배할땐병들고 굶주리는 모습 나타나제발 나랏일 하는 모든 분들국민 걱정없이 살게 해줬으면
제발 나랏일 하는 모든 분들
'계엄'이란 단어가 세상을 도배하기 전 12월 3일 화요일 아침 신문의 내용은 주로 이렇다.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와 가전제품 시장을 무서운 기세로 잠식하고 있고, 우리 철강업계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신음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를 피해서 블록체인 코인 투자를 위한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중동은 서로 대놓고 힘겨루기를 이어가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비물리적·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그 외에도 개별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줄줄이 보도되었다.
곧바로 암부로조 로렌체티의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영향과 알레고리' 벽화 연작이 떠올랐다. 종교 교리가 세상만사의 옳고 그름을 정하던 중세 시대를 지나 다시 인간성의 능력을 믿기 시작한 14세기 르네상스 시대 초기. 이탈리아 시에나 공국에 거대한 공회당이 건립되면서 이제는 교회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그리고 꼭 종교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커다란 벽화를 제작하여 많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잘 드러나는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이다. 형이상학적 개념을 의인화한 알레고리로 표현된 정의, 미덕, 지혜, 평화, 화합이 함께하는 좋은 정부는 사려 깊고 관대하며 절제를 알고 무엇보다도 공정하다. 이런 좋은 통치하의 시민들은 평화로운 풍요로움 속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르네상스 미술을 공부할 때는 주로 이 '좋은 정부'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당시의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고, 어떻게 오늘까지도 영향을 주는지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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