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본 니토덴코에 맞선 250일 넘게 고공농성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여성노동자들
하늘 가까운 곳은 천상계가 아니라 피복이 벗겨진 고압전선에 가깝다. 맨몸으로 뙤얕볕과 비와 눈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고공농성장은 더욱 그렇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여성노동자 두 명이 고공농성 중이다. 2024년 1월 8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과 소현숙 조직2부장, 두 사람이 불탄 공장 위에 올랐다.그들이 불타버린 공장 옥상에 오른 이유는 고용승계 때문이다. LCD용 편광판을 제조·판매해온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기업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업체로 2022년 10월 화재로 공장동이 전소되자 회사는 한 달 만에 폐업을 통보했다. 1300억 원의 화재보험금이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화재를 틈타 폐업한 것이다. 회사는 공장 정상화와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구조조정에 반대한 노동자 13명을 해고했다. 이에 굴하지 않아고 노동자들은 불타버린 공장에 남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웠다.
노조 탄압을 막아내려고 227일째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박문진 씨보다 길어졌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아내기 위해 309일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한 김진숙 지도위원의 농성일에 가까워진다. 농성일을 세는 이유는 그만큼 몸과 마음이 타들어가는 심정을 헤아리기 위해서다.한국 최초의 고공농성도 여성노동자가 했다. 일제 강점기시절 평원고무노동자의 임금 인하를 막기 위해 을밀대에 올랐던 것은 강주룡. 그 때문에 강주룡 앞에는 ‘체공녀’라는 말이 붙는다. 공중에 체류한 여성이란 뜻이다. 공중, 고공, 허공, 하늘··· 이들이 높은 하늘에 매달린 것은 스스로 깃발이 되어 ‘인간 존엄’과 ‘노동자의 외침’을 멀리서도 보일 수 있게, 구미만이 아니라 전국에 온 세상에 보이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당연히 고공농성 중인 넓은 구미공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고공농성자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구미와 평택을 오가며 싸우는 조합원을 걱정하는 고공농성자 박정혜 수석지회장은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됐으니 공장이 없으면 저희가 약간 없어지는 느낌이지 않을까”라며 구미공장 사수 투쟁의 의미를 표현했다. 고용승계 확답이 없으니 고공에서 내려온다면 구미 공장을 청산하려는 니토덴코의 뜻대로 철거될 것이다.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고공농성장 주변으로 모였다. 9월 11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구미공장에서 투쟁문화제를 했다. 구미지역 사람들만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왔다. 고공농성자인 소현숙 조직2부장은 “투쟁이 길어지니까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고용승계 싸움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말해주시고, 저희 둘이 외롭지 말라며, 우리 옆에 우리가 있다고 해주시니까 많이 힘이 됐다”고 했다. 맞다. 깃발이 된 그녀들을 지키는 것은 우리다.물론 정부책임도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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