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증거조작·허위사실 소송美선 기각하고 금전배상 조치韓은 이런 제도 없어 訴 남발1년간 혼자 2만건 청구하기도법정거짓 대한 강력제재 필요
법정거짓 대한 강력제재 필요 한국 대기업의 글로벌 지식재산 센터장으로 일하던 임원이 특허관리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이 근무했던 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전 임원이 회사의 내부 기밀을 이용해 소송에 나선 것 자체가 부정한 행위라는 이유로 특허 침해 여부는 따지지도 않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담당 판사는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한 원고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부정직하고 기만적이며 혐오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결은 불법행위에 기초한 청구는 인용할 수 없다는 영미 판례법의 '더러운 손 원칙'에 따른 것이다.
미국 법원은 원고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허위 사실을 기초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발견되면 심리를 종결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할 뿐만 아니라 금전 배상 등의 제재를 가한다. 이런 소송에 변호사가 관여했다면 해당 변호사도 징계한다. 거꾸로 피고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중요한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 발견되면 법원은 추가 증거 조사 없이 원고 승소의 판결을 할 수 있다. 미국 법원은 나아가 원고가 소장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그 자체로 이유 없으면 재판 없이 기각한다. 원고가 같은 내용의 소장을 또 내면 소장 제출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변호사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경우 해당 변호사에 대해 일정 기간 소송 대리를 금지하는 명령을 할 수도 있다.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행위 등은 사법 방해에 해당하여 처벌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법령이 없다. 부정한 행위로 회사의 기밀을 빼돌린 다음 이를 기초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밝혀지더라도, 판사가 그 이유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는 어렵다. 또 원고나 피고가 중요한 사실에 관하여 거짓말한 점이 확인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재판을 중단하고 거짓말한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어차피 패소할 당사자로서는 거짓말로 판사를 속이면 이득이고 실패해도 본전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 도와주는 변호사에게도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거짓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부추기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부정한 소송이나 거짓말 소송에 특별한 제재가 없다 보니 우리 법정에서는 거짓말이 난무하고 불필요한 재판 진행도 많다.
과거에는 한 사람이 수백 건의 승소 가능성 없는 소송을 계속하여 제출하는 사례가 많았다. 1년에 혼자서 2만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작년에 이런 '프로소송러'를 방지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유 없음이 명백한 소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면 법원이 소를 바로 각하할 수 있도록 하고 원고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2022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이 1600만건이 넘었다. 소송 사건만 해도 600만건이 넘는다. 그해 전국의 판사 수는 3016명이었다. 판사 1인당 사건 수가 대략 일본의 2배, 독일의 3배에 이른다. 예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바로 임용된 젊은 판사들이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냈다. 경력법관제도가 정착된 지금은 판사들에게 이런 희생을 요구할 수 없다.
정당한 권리 행사를 보장하고 권리 침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것이 헌법이 부여한 법원의 역할이다. 거짓말과 증거 조작으로 법원의 오판을 유도하는 것은 사법 기능을 마비시키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사법방해죄를 신설하는 것이 판사 증원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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