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보]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 “삼성과 싸움 이끈 건 노동자와 그 가족”newsvop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가 29일 서울 금천구 반올림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3.29 ⓒ민중의소리
이런 언론 보도와 삼성의 대응은 이 노무사를 비롯한 반올림 활동가들에겐 익숙하다. 삼성과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두고 10년 넘게 이어진, 그리고 아직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그 싸움 내내 삼성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반올림 상근활동가로 삼성을 상대로 한 쉽지 않은 싸움에 함께해 온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이 노무사가 반올림 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 2007년이었다. 그해 3월 스물세 살 황유미 씨가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황유미 씨는 고3 졸업반이던 2003년 10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 입사해 반도체 세척업무를 담당했다. 화학약품이 담겨있는 바구니에 반도체를 넣다 뺐다 하는 수작업이었다. 그렇게 일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5년 5월부터 유미 씨는 각종 증상에 시달렸다. 피부에 멍이 생기고 구토와 피로, 어지럼증을 느꼈다. 몇 개월 뒤엔 ‘급성 골수성 백혈병 M2’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노무사는 그런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2004년 경기일반노조에서 활동했을 당시 삼성 관계사인 신세계 이마트에서 캐셔 노동자들과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됐다. 2006년부터 민주노총 경기법률원에서 활동하면서는 경기 지역 삼성전자 노동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악명높은 그들의 노무관리 실체도 보았다.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삼성은 노조를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을 사찰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 수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고, 관련해 재판에서 유죄를 받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니깐 삼성은 싸움에 함께 한 시민단체 등을 거의 간첩 수준의 ‘불순 세력’으로 몰아갔어요. 민주노총 등 외부 불순 세력들이 사실을 왜곡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내부 방송·교육에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노동자들을 통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산재 관련 제보를 하라는 선전물을 받는 이들이 별로 없었어요. 심지어 퇴직 노동자들조차도 삼성을 두려워하며 제보를 꺼렸어요. 나중엔 고생한다는 이들이 조금씩 생겼지만, 처음엔 분위기가 냉랭했어요”어렵게 산재 신청을 했지만, 싸움은 순조롭지 않았다. 산재임을 밝히는 역학조사부터 난항이었다. 첫 역학조사는 2007년 7~11월 동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했다. 황상기 씨가 신청한 유족 급여 심사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역학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황유미 씨가 일하던 때와 공장의 환경이 달라져 있었다.
“제철소에선 쇳가루가 날리고, 탄광에선 석탄 분진이 눈에 보이게 쌓이지만, 반도체 공장에선 그런 게 눈에 안 보여요. 방진복이나 마스크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반올림 투쟁하면서 알게 된 건데 노동자들이 부품 세척 작업을 할 때 사실은 ‘방독 마스크’를 착용했어야 한데요. 황유미 씨는 그렇지 못했어요.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곤 하지만, 이번에 베트남에서 일어난 사고처럼 위험은 외주화되고 있어요. 외주기업에선 지금도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저임금 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또 보고서는 “반도체 공정 근로자는 매우 다양한 독성수준과 노출수준, 측정 및 분석 방법 유무 등의 특성이 다른 많은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생물학적 모니터링을 가능한 자주하여 노출수준을 점검하고 노출을 가능하면 억제하기 위한 공학적인 대책과 보호구 착용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노동자의 날이었던 2013년 10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재갑 이사장과 면담을 하러 공단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제일 왼쪽이 이종란 노무사. ⓒ김철수 기자 2017년 8월엔 삼성전자 LCD공장 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면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발병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더라도 여러 유해 요인이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등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노무사는 “겉으론 마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하고 뒤로는 자체 보상을 들고 나왔어요. 그런데도 삼성전자의 ‘언론 플레이’ 때문인지 피해자 보상이 시작됐고, 삼성 백혈병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졌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1년을 어렵게 이어온 싸움이었던 만큼 아픔도 컸다.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와 아픔이 컸지만, 이들과 연대하며 함께한 이 노무사를 비롯한 여러 활동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함께 싸웠던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이어온 싸움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산업재해와 관련한 제도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9일엔 국회에서 우원식 의원과 직업성암찾기 119와 반올림이 함께 ‘산재 처리 지연 대책 및 직업성암 산재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산재 처리에 몇 년이 걸리니 회사에 종용당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하는 등 문제가 크다면서 △180일 역학조사 기한을 넘는 경우, 국가가 책임지고 산재 ‘선보장’ △‘추정의 원칙’ 확대로 역학조사 생략 및 신속 산재 인정 △산재 신청만으로 국민연금 50% 감액 지급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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