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성차별적 ‘반이민 정책’의 시대 “그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영화 ‘세인트 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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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남자 형제들에게 명예살인을 당하는 이슬람 국가 여성들의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낙담하는 모든 이에게, 영화는 말한다.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대답을 기대한 물음이 아니다. 불편한 진실을 알지 못하는,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세상에 대한 항변이다. 영화 는 캘리포니아의 이민전문변호사 주디 우드가 물음표 뒤로 보여준 행동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실존인물인 주디의 끈질긴 투쟁을 좇으며 약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무지와 싸워 나간다. 성차별에 의한 위협이 정치적 박해라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목숨을 걸고 도망쳐 온 나라에서도 내쫓길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얼굴이 스크린 위로 떠오른다.

1994년 8월5일 미국 제9순회 항소법원. 이곳에서 변호사 주디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교사 아세파 아슈와리의 망명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 정부의 결정을 뒤집어야 한다. 아세파는 고향에서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잡혀 폭행당했다. 겨우 미국으로 도망쳐 망명 제도를 통해 신변을 보호받고자 했지만, 미국은 성차별에 의한 위협이 정치적 견해에 따른 박해일 수 없다는 이유로 그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여성은 배울 수도 가르칠 수도 없고, 남자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없으며,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명예살인을 당하는 고향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아세파의 곁에 주디가 선다.

“아주 높은 산이라도 올라갈 방법은 있다.” 아세파는 아버지를 피해 몰래 글을 가르치고 용기를 북돋아 준 어머니의 말을 되새기며 싸움을 지속한다. 고향에선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국에선 불법 이민자라는 이유로 심각한 수준의 폭력과 위협에 늘상 노출됐던 아세파에게 어머니는 삶을 이어가게끔 하는 유일한 힘이었다.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모욕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인 의뢰인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투신하는 ‘성녀’ 주디는 낯선 땅에서 만난 어머니다. ‘진실’을 무기 삼아 ‘아주 높은 산’을 오르는 주디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스크린 밖, 여전히 폭력과 차별에 신음하는 세계 여성들에게 향하는 목소리다.

1994년의 주디는 결국 아세파의 승리를 이끌며 미국의 망명법을 뒤집는 데 성공한다. 아세파뿐만 아니라 성차별로 위협받는 수많은 여성들의 망명이 함께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고가 무색하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래 인종차별에 기반한 반이민 정책을 꾸준히 밀어붙였고, 2018년 제프 세션스 전 법무부 장관은 이민항소위원회가 인정한 엘살바도르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의 망명 신청을 뒤집었다. 아버지, 남자 형제들에게 명예살인을 당하는 이슬람 국가 여성들의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세상이 더 나쁜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낙담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영화는 말한다.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주디와 아세파가 서로에게 그랬듯, 우리는 다시 나아갈 수 있다고 서툴지만 끈질기게 이야기하는 영화다. 29일 개봉.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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