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취약계층 더 보호? 서울 마지막 달동네는 무방비였다newsvop
한양도성 성곽 옆에 성북구 북정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마을 중심부를 둘러싼 성북로 23길 바깥쪽으로 뻗은 골목길부터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8일 만난 최 씨 할머니는 골목길로 50미터 남짓 들어간 곳에 산다. 기름보일러를 쓴다.최 씨 할머니는 기름이 떨어질까 맘껏 씻지도 못한다. 교회를 가는 수요일과 일요일에만 따뜻한 물을 틀어 머리를 감는다. 그는 “가끔 친척 집 가서나 샤워하지. 목욕탕에 가기도 하고”라며 멋쩍게 웃었다.
등유는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도시가스보다 효율이 낮고, 비싸다. 기초생활급여로 한 달에 약 50만원을 받는 최 할머니에게 등윳값은 큰 부담이다. 한 드럼에 32만원씩, 총 64만원을 줬다. 에너지바우처 12만 4,100원을 받았지만, 그래도 한 달 생활비를 온전히 들여야 했다. 그마저도 등유 가격이 내리길 기다렸다가 산 것이다. 최 할머니는 “원래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사려고 했는데, 한 드럼에 34만원이라고 하더라. 조금 기다려보라고 해서 열흘인가 늦게 넣었다”고 전했다. 어디 기름뿐인가. 전기세도 무섭다. 집이 얼지 않도록 전기난로를 동원해야 한다. 몇 년 전에는 화장실이 얼어서 벽을 다 뜯어내야 했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겼다. 최 할머니는 “좌변기를 두꺼운 이불로 싸고, 수도관도 수건으로 둘둘 싸고, 그러면서도 세탁기에서 내려가는 배관이 얼까봐 전기난로를 켜놓는다”며 “영하 5도를 기준으로 그 아래로 내려가면 밤 9시부터 전기난로를 틀어놓고, 새벽 기도 나가는 4시 10분에 빼놓는다”고 설명했다. 동파는 막을 수 있었지만, 평소 6천원 정도 하던 전기요금이 지난달에는 5만원이나 나왔다.난방비 폭탄이 전국을 뒤덮자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기존 대비 2배 인상했다. 최 할머니가 받는 금액은 약 25만원이 된다. 최 할머니는 “나라에서 지원을 더 해주면 다른 것보다 돈을 좀 더 보태서 석유를 먼저 넣어야지”라고 했다.북정경로당에서 만난 김 할아버지도 등유를 쓴다. 차상위계층인데, 기초생활수급자에는 지급되는 에너지바우처를 받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하게 살피라”는 주문은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벌써 2월인데, 정부는 아직도 무대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차상위계층 지원책을 묻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도시가스를 쓰는 독거노인에게도 난방비는 무섭다. 조종인 할머니는 지난달 가스요금이 25만원 가까이 나왔다. 지난겨울에는 15만원 정도였다. 조 할머니는 “도둑맞은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정책을 기민하게 챙기지 못해 지원을 놓치는 사례는 많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요금 할인 대상이지만 신청하지 않은 가구는 지난해 전국 41만 가구 이상이었다. 전년 36만명보다 늘었다. 복지부는 매년 한국가스공사 자료를 받아 요금을 감면받지 못한 가구들에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스요금 할인과 마찬가지로 신청제로 운영되는 에너지바우처도 지난해 미신청 가구가 13만 가구를 넘었다. 두 제도 모두 신청을 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사하는 등 변동 사항이 생기면 신규 신청을 해야 한다.광산구는 지난 2021년 1~2월 누락 대상자를 발굴하고, 담당 부서가 직접 방문해 신청을 도왔다. 그 결과 미신청 1만 3천여 가구 가운데 약 1,800가구가 새로이 가스요금을 할인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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