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본인에게 필요한 일거리 안 끊기게 하려고 애쓸 때처럼 장애정의도 그렇게 대해봐라.” 어떤 비장애인이 화상회의에서 ‘장애정의가 뭔가요? 어, 우리 그거 어떻게 해요?’라고 질문했을 때 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이하 리아)가 내뱉은 답이다. 속으로는 웃으면
어떤 비장애인이 화상회의에서 ‘장애정의가 뭔가요? 어, 우리 그거 어떻게 해요?’라고 질문했을 때 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가 내뱉은 답이다. 속으로는 웃으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장애정의, 그건 하는 순간 바로 알게 될 거야. 사람들이 늦게 나타날 거고, 누군가 토할 거고, 누군가는 공황발작을 일으키고, 제시간에 진행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거든.”
리아는 ‘장애정의’가 흥미롭다는 이유로 콘퍼런스 주제로 다뤄지는 점을 경계한다.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성명서를 쓰면서 반대의 무수한 목록에 ‘비장애중심주의’를 간단하게 덧붙이는 것도 반대한다. 그런 행사는 곧잘 10마일 거리의 행진을 한 뒤 진행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움직여요!”라고 재촉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의 까다로운 조건은 계속된다. ‘장애정의’가 접근성을 거의 필요로하지 않는 ‘슈퍼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받아들인다면, ‘접근성’을 높인다고 이야기하면서 장애인들을 슬프고 불쌍한 것들로 바라본다면, ‘치유정의’라고 써놓고 인종 차별주의·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갖지 않는다면….리아는 ‘장애정의’ 운동가이다. 노동계급 퀴어 유색인 페미니스트 장애인으로서 장애정의 공연단체 신스인발리드의 퍼포머다. “아프고 미쳤고 아동 성학대 생존자이고 복합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정신적 트리거를 갖고 있고 불안과 공황의 바다에서 수영”한다.
‘가장 느린 정의’는 리아의 말에 의하면 장애정의 책 중 “자비로 출간하거나 영세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지 않은 최초의 책”이다. 장애정의 운동은 장애를 중심에 두고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장애인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지만 “우리 없이는 우리에 관해 아무것도 하지 마라”에 부합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마음먹고 풀어주는 이 소중한 언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장애정의는 1990년대 ‘탈시설화’가 기점이 되어 ‘정신의학적 자긍심의 날’ 운동을 통해 성장하고, 2013년의 ‘내 친구들을 가로막는 파티에 내가 왜 가겠어’라는 비장애인의 접근성 캠페인을 통해 널리 퍼졌다.‘장애정의’는 일차적으로 ‘접근 가능한 공간 만들기’다. 리아는 이러한 실천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워크숍에서 의자 사이의 통로 너비가 반드시 최소 3피트 이상 확보되도록 하는 것 등이다. 그는 이에 대해 ‘사랑’이라고까지 치하할까. 비장애인들은 ‘접근성’에 대해 언제나 무언가를 빠뜨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8년 출간되었다. 트럼프가 당선을 확정 짓고 임기를 시작한 초기였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결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진 이 정치적 순간에, 이 책은 시의적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디 그가 두 번째 트럼프 임기 내내 무사하기를. 옮긴이 전혜은과 제이는 ‘본론’으로 바로 진입하는 이 책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었다. “레즈비언 하위문화에서 부치와 한 쌍을 이루는 이름”이라는 ‘펨’의 설명부터 시작하여 성실한 역주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불구·정병·농인·신경다양인 등 새로운 번역어의 세계에서 이 책이 제안한 것들이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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