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옛 기아자동차)가 최근 6년 동안 서울 양재동 사옥 주변에 4400여 건의 집회를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및 기아가 각각 주최를 달리해 거의 매일 집회신고를 낸 것이다.
현대자동차 측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양재동 사옥 인근에서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현대차 측에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박미희씨가 설치한 천막이 있다. / 이준헌 기자
이 가운데 실제 개최한 집회는 총 747건으로 16.6%에 그쳤다. 2017년 313건, 2018년 312건, 2019년 113건, 2020년 0건, 2021년 1건, 2022년 8건 등이다.현대차와 기아는 각자 별도로 집회를 신고했다. 현대차는 사옥 정문 출입구에서 염곡사거리까지 인도 100m 구간, 염곡사거리에서 양지IC 램프 끝까지 110m 구간에 신고를 냈다. 기아는 사옥 정문에서 하나로마트 후문 방향 인도 60m 구간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사옥 정문을 기준으로 각각 좌우를 나눠맡은 셈이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주변 인도에는 대여섯 명이 듬성듬성 떨어져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있었다. 현대차 측에서 나온 이들이다. 이날 경찰에 신고한 집회 인원은 99명이었다. 현수막 등에는 ‘노사관계 선진화로 기업경쟁력 강화’, ‘새로운 노사문화 글로벌 최고기업’ 등을 적었다. 이들은 비슷한 내용이 담긴 어깨띠도 둘렀다. 박씨는 2013년 10월부터 현대차 사옥 주변에서 자신의 해고 및 복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에 있는 기아차 대리점에서 일하던 박씨는 2013년 4월 기아차 국내영업본부 영업관리실장에게 전화로 부산지역 대리점 대표들의 부당판매 행위를 고발했다. 영업관리실장은 그해 5월 부산 대리점 대표에게 부당판매 근절을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며칠 뒤 대리점 대표는 박씨를 해고했다. 박씨는 “익명을 전제로 신고했는데, 기아차 영업관리실장이 내가 고발자라는 사실을 대리점 대표에게 말해줬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 측은 “박씨는 대리점 대표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한 것이지 기아차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다”라며 박씨의 복직 문제와 회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측은 박씨의 천막 안으로 들어와 현수막을 펼치고 집회를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대차 측의 천막 철거 시도와 천막 내 집회의 중단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현대차 측은 이튿날 오후까지 천막 안과 주변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천막 끈이 끊기고 다리가 부러졌다. 법원도 “보호할 가치가 없는 집회”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6년 5월 17일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가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해 현대차 측의 선순위 신고 집회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2명을 기소했다. 현대차 측은 당시 본사 정문 앞 인도에 100명이 참가하는 ‘기업·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를 신고하고 진행했다. 대책위는 이날 현대차의 집회 참가자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집회신고서에 적힌 연락책임자 겸 질서유지인조차 집회 참가 예정 단체로 이름을 올린 ‘국가 및 기업 경쟁력 발전 연구 모임’의 구성원들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또 집회 외에 별다른 활동도 없어 실존하는 단체로 보이지 않는다고 서 판사는 밝혔다. 서 판사는 “현대차 측이 집회를 신고한 목적, 내용에 비춰 보면 반드시 현대차 주변 인도에서 연중 매일 집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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