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평론가도 아니고, 정치학 교수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디쯤에선가 한국 정치에 대해 독립적인...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국 정치의 두드러진 특징을 ‘팬덤 정치’로 부르며 “서로 대화하고 협력할 수 없는 민주주의, 개인과 집단의 다양한 선호로 움직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을 혐오하는 민주주의가 되었다”고 말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최악의 국회 대정부질문” 와중에 이어진 제1야당 대표의 단식 농성과 대통령의 철 지난 이념 공세. 많은 시민들의 정치 냉소주의가 깊어지는 시절이다. 단식 19일째 된 야당 대표가 병원에 실려간 날, 검찰은 그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잡범”과 “자해” 발언을 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막말’이라며 분노했지만 여당 지지자들은 ‘사이다’라며 반겼다. 여야가 마주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등 돌린 채 지지자들만 보고 정치를 한 지 오래다. 대화와 타협이 들어설 여지는 없어 보인다. 누가 더 강하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느냐에 따라 그 정치인의 가치가 평가받을 뿐이다.
정치를 이대로 두기에는 여전히 그것이 가진 가치와 그로 인한 비용이 너무 크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오랫동안 정치를 어떻게 좋게 만들 것인가 고민해온 사람이다. 그는 최근 라는 책에서 지금 한국 정치의 문제를 더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팬덤 민주주의’로 개념화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정치발전소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강권을 다루는 국가기구인 검찰, 사법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의 장은 당파적이지 않기로 맹세하고 그 자리에 갑니다. 그래야만 공정한 법 집행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조폭이 됩니다. 만약 그 사람이 그 직을 끝내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가, 또는 특정 정당에 가서 피선거권을 가질 만한 요건을 충분히 갖춘 뒤라면 문제가 다르겠죠. 하지만 현직에서 곧바로 특정 정당 후보가 된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런 건 우리가 하지 않기로 규범화한 건데, 윤석열 대통령이 그걸 한 거죠.
“한국 정치가 ‘K’로 시작하는 그 무언가에 가깝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단시간에 당원 숫자가 늘어난 것은 돈이든, 열정이든, 팬덤이든 정치가 동원할 힘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법 만드는 절차가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세계 최고 입법률도 놀랍죠. K 스타일은 뭔가 과업이 생기면 빠르게 성취해내는 한국 사회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정치도 그런 면에서 참 한국적이죠. 안타까운 건 기업·연예같이 적자생존, 시장경쟁을 통해 성과를 내는 분야는 그게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정치는 달라요. 정치는 인간 사회의 그런 경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정치마저 K 스타일로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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