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 보면 되지.’ 그중 ‘도널드 저드(1928~94)’의 전시를 소개하려 한다. 저드는 훨씬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했다. 오브제의 형, 색, 재질, 그것이 놓인 위치와 공간, 그 공간의 크기와 밀도, 주변의 빛과 공기, 그것들과 오브제의 상호작용 같은 것이 예술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됐다.
요즘 미술 애호가에게는 ‘갓벽’의 나날이다. 프리즈에 맞춰 좋은 전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어느 전시를 봐야 하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다가 생각해본다. ‘그냥 다 보면 되지.’ 그중 ‘도널드 저드’의 전시를 소개하려 한다. 저드가 워낙 중요한 작가인 데다, 그와 한국의 인연이 남달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도널드 저드의‘무제’, 한지에 목판 채색, 20점 세트, 각 6080㎝. [사진 Judd Foundation]
그의 스튜디오가 있는 미국 텍사스 마르파에 가보면, 그가 꿈꾸었던 세계관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군더더기가 걸러져 나간 사막에서, 선인장과 잡초만이 듬성듬성 자라는 밋밋한 환경에다, 그는 고원지대인 마르파의 지형적 장점을 십분 활용해 소소한 건물을 지었다. 살짝 벽을 더해 바람길을 만들고, 창문을 높여 빛이 들어 오지만 작품 감상을 가능케 하는 식으로! 그의 단순한 건축 구조에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고도의 ‘지혜’가 곳곳에 묻어있다. 여기서 저드는 순박한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작품을 제작했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삶을 즐겼다. 그는 삶과 작품, 공간과 이를 에워싼 자연을 끌어들이는 데서, 매우 일관된 ‘단순한 지혜’를 추구했다.
1991년 저드는 45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더 이상 가난한 공병대가 아니라 세계적 예술가가 되어서. 이때 저드는 급변한 서울의 아파트 건축에 엄청나게 실망했지만, 몇 가지 흡족한 경험을 했다. 그 하나가 화가 윤형근을 만난 일이었다. 동갑내기 두 거장은 서로의 내공을 첫눈에 알아봤다. 윤형근의 아틀리에를 방문한 저드가 그에게 물었다. “예술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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